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말 그대로 세계를 휩쓸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정점을 지난 듯한 양상이지만 미국, 일본, 유럽, 남미 등은 확산 국면이다. 코로나19는 지구촌 곳곳에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가져다주고 있다. ‘앞으로 역사가들은 세계사를 코로나19 이전과 코로나19 이후로 나눌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올 정도다.코로나19발 미증유의 사건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가장 먼저 노정된 분야는 의료시스템의 붕괴다. 의료시스템은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환자 숫자를 토대로 구축되기 마련이다. 숫자는 통계다. 그동안 누적된 통계 데이터를 토대로 시설 및 인력 운용, 그리고 각종 대책이 마련된다. 코로나19는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숫자다.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만큼 현재 의료시스템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하다. 전 세계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에 속수무책인 것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마스크 대란도 마찬가지다. 과거 수급데이터 범위 내에서 생산 시설을 갖췄으니 급속한 수요 증가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코로나19는 국제 무역에도 심각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나라와 나라 간의 교역은 부족한 재화와 용역은 수입하고, 남는 것은 수출하는 데에서 출발했다. 20세기 이후에는 재화와 용역이 싼 나라에서 아예 물건을 만들어 자국으로 들여오는 형태로 바뀌었다.통신기술과 운송수단의 발달로 지구촌 시대가 되면서 가격경쟁력이 관건이 됐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주요기업들은 인건비가 낮은 나라로 생산 시설을 옮기고, 여기서 만든 제품을 자국은 물론 전 세계로 수출했다. 중국 등에서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는 3M이 “캐나다, 중남미 등으로 수출하지 말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이런 수출구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가 필수품에 대해선 생산단가와 관계없이 생산 시설을 국내에 갖추려는 시도가 이뤄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수출 구조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이동제한 조치가 쏟아지고 있다. 이동 제한은 기업 활동 측면에서 생산 위축으로 이어진다. 내수시장은 타격이 훨씬 크다. 유동인구 감소로 요식업, 자영업, 판매업 등은 극도의 어려움에 처했다. 정부가 재난관리·재해구호기금 등을 재원으로 재난 기본소득을 국민에게 지급키로 한 이유는 내수시장을 살리면서 생활급조차 받지 못하는 계층도 돕자는 것이다. 재난기본소득 재원은 예산에 반영된 것이 아니다. 계속 지급해야 한다면 지급대상을 제한하거나 추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대상 선정에서 형평성 결여’라거나 ‘일부 계층에만 부담 전가’라는 불만이 벌써 터져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 후유증을 치료하는 주요 수단으로 재정 지출이 쓰인다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문제는 더욱 첨예해질 것이다. 이윤 추구라는 경제활동의 동기가 사라질 수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체주의나 국수주의로 흐를 수도 있다.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에 코로나19 이후는 심각하다. 코로나19는 국가 안보나 국민 위생에 중요한 물품은 무조건 국내 생산이라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이런 인식은 가격이 부담스럽더라도 자국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심각한 미국, 중국, 일본, 유럽은 한국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이 가격 경쟁력 우위를 앞세워 수출로 돈을 벌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다.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사회 전반의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는 IT기반의 시스템을 통한 재택근무가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줬다. 이를 계기로 어우러져 사는 세상, 기존의 일상사 등은 모두 옛것이 될 수 있다. 변화 과정에서 생기는 심리적 혼돈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온라인은 생존, 오프라인은 도태’라는 이분법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준비를 요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모든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에게 학습 경험은 충분히 많다. 국채보상운동이 그렇고, 금 모으기 운동이 그렇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