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는 조치를 연일 내놓고 있다. 무역 보복, 화웨이와의 관계 단절에 동참하라고 우방국에 압력을 가하고 홍콩의 보안법 시행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홍콩에 부여해 오던 특별지위를 박탈한 데 이어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라는 강경한 조치에 이르고 있다. 앨리슨 교수가 주장하는 투키디데스 함정, 즉 신흥국이 기존의 패권국에 도전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국제질서에 대한 균형파괴를 초래하면서 위협을 느낀 기존의 강대국과 신흥국 간에 심한 경우 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이론이 미국과 중국 간의 대결 국면에서 현실화할 위험이 있다.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던 중국의 문호개방을 유도하고 1979년 외교관계를 수립하였던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개방화를 진작하고, 경제발전에 상응해 정치체제도 점차 민주화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화하여 왔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력이 상승하고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으로 올라서 2010년에 들어서 G2라는 칭호를 누리게 되었다.그러나 중국의 국력향상에 상응한 국제적 책임이라는 면에서 보면 애초 미국이 기대하였던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확보의 차원에서 중국은 인공시설의 건설 등을 통한 실력행사를 함으로써 인접국에 대한 위협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대내적으로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 소위 황제칭호를 받을 정도로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고 임기 없는 독재체제 강화의 기반을 마련해 국내적으로는 민주화에 역행하고 인권, 종교의 자유 등에 대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중국은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해결자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 그들의 속내에서 나타나듯이 북한 핵 문제를 오히려 동북아에서의 역할 강화에 이용하려는 모습마저 보여주고 있다. 물론 겉으로는 북한의 핵무장으로 인해 동북아지역의 핵 도미노 현상 가능성에 대해 염려는 하고 있지만, 미국의 핵우산이 이를 가려 줄 것이라는 기대, 핵 비확산(NPT) 체제의 유지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로 감히 일본과 한국이 핵무장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다소 느긋한 자세와 비협조로 미국이 실망으로 돌아서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중국은 물난리로 샨사댐의 붕괴 위험, 미국의 경제적 공세로 인한 경제부진,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제적으로 반중국 정서가 확산되는 분위기 탓에 국내외적으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때리기로 다가올 11월 대선 정국에서 자신의 지지율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사회에 덮치는 암울한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중국의 정치·경제체제의 변화를 야기하고 국제사회 공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우리는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안보협력체제를 기본 바탕으로 하는 외교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과는 최대의 경제 무역관계를 맺고 있으며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일변도에서 동남아 등 다른 지역으로 다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에게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화하는 와중에 대응방향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무엇보다 안보를 중심으로 우리의 국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이념적인 시각에 치우치는 일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적절히 대처하는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고, 다른 나라에 의료관련 지원을 통해 모범방역국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위상을 고려해 중견국으로서 나름의 자존감을 가지고 위상에 맞는 대처를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