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광 : 김안제 교수님께서는 새마을운동중앙회의 근간을 세우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특히 현대 사회 젊은이들에게 물려줄 새마을운동 관련한 소중한 유전자를 잘 정의해 주었다는 측면에서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 대담내용이 후손들에게 이어져 새마을운동이 진화할 수 있는데 힘을 보태주실 수 있길 기대한다.
지난 5월 17일‘새마을운동 제창 47주년, 제7회 새마을의 날 기념식’에서 새마을 휘장을 받았다. 이번 기회에 소감을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김안제 : 생각지도 않았던 상인데 새마을 휘장을 받아서 영광스럽다. 근래에 새마을운동에 기여한 것에 비하면 과한 상을 받았다. 과거의 공로보다 앞으로 새마을운동에 관심을 두고 도와달라는 부탁의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더 열심히 새마을운동에 봉사하겠다.
소진광 : 교수님께서는 기록을 잘 남기는 분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2007년 고희를 맞으면서 무려 2천7백 쪽이나 되는 ‘인생백서’를 발간해 화제가 된 바 있고, 대한민국 최고기록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인생백서’에서 새마을운동과 관련된 내용은 어떤 것들을 다루셨는지?
김안제 : 새마을운동과 관련해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자문위원, 이사, 교재편찬위원장, 중장기발전계획 수립, 새마을사랑모임 발기문 작성 등이 있다.
지난 1993년 새마을 가족의 노래 가사 모집을 했을 때, 3천 건 정도 응모가 들어왔다. 주변인들 모르게 응모했는데 1등을 했다. 이러한 공로가 인정돼 새마을훈장 중 근면장을 수상한 바 있다.
내 생애에서 새마을운동은 즐겁고, 가치 있고, 보람 있고, 잊히지 않는, 10년 가까운 세월이다.
소진광 : 교수님께서 서울대학교에 부임하던 1972년은 새마을운동이 한참 시작되던 때다. 당시 대학가에서는 새마을운동에 대한 인식, 분위기는 어땠는지?
김안제 : 약했다. 비판도 심했다. 새마을운동을 잘 살기운동 슬로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박정희 대통령이 장기집권, 유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새마을운동을 장려한다’라고 지식인들부터 학자들도 글을 썼다.
비록 새마을운동에 대해서 올바른 이해와 동감을 하는 교수님들도 학생들 앞에서 새마을운동이 유익한 것이라고 말할 용기를 갖고 있지 못했다.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내용 불구하고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귀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새마을운동을 주제로 1시간 특강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딴 짓을 하거나 수업 중간에 나갔다. 30분 만 하고 수업을 중단했다.
소진광 : 새마을운동에 관련된 논문들이 많이 있다. 교수님의 논문을 살펴보면 사실 중심으로 썼기 때문에 새마을운동을 공부할때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 관련 논문들이 나와야 한다. 어떤 방향으로 연구하라고 후학들에게 조언하고 싶은지?
김안제 : 첫째, 과거 새마을운동에 대한 분석, 평가, 효과, 역사적인 고찰을 해야 한다. 둘째, 현재의 새마을운동, 즉, 새마을운동중앙회, 코이카, 새마을세계화재단 등에서 하는 사업에 대한 올바른 분석 평가를 해야 한다. 셋째, 앞으로 어떻게 전개해야 할까? 라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했던 50년간의 전통을 중심으로 확대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이념·정신·기법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했으면 한다.
소진광 : 새마을운동 기록물은 2013년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세계기록유산’에 선정됐다. 이는 새마을운동기록물이 한국 농촌근대화의 성공스토리로서 주민참여에 대한 증거적 가치와 개발도상국 발전을 위한 모델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새마을운동의 가치가 더욱 널리 알려지고, 전파되려면 기록물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점에 대한 교수님의 고견을 부탁한다.
김안제 : 새마을운동은 그동안 변화도 있었고 사라질 뻔도 했지만,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제 새마을운동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중요하다.
반면 누군가가 새마을운동에 관련된 것을 찾고자 한다면, “전시관을 찾아보세요, 어떤 책을 보세요”라고 명확하게 알려주기 어렵다. 따라서 ‘새마을사’라는 책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관련 인물,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계화 관련 사업 등 자세하게 기록된 책이 편찬되었으면 한다.
소진광 : 새마을운동 정신은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인 현재에도 그 유효성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앞으로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진화,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마을운동의 발전방향에 대하여 말씀해 주기 바란다.
김안제 : 지금 국민소득 3만 불인 시대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하고 있어야 할까?
역사의 변천을 보면 이 상태의 현상을 유지하려고 하면 상대적으로 퇴보된다. 따라서 유지, 발전하기 위해서 새마을운동 같은 국민적 운동을 해야 한다.
목표를 최소 5만 불로 해야 한다. 우리가 가난을 벗어나고자 했던 최초의 새마을운동처럼 이번에는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5만 불 달성을 목표로 새마을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새마을운동으로 점화해서 다시 한 번 요원의 불길처럼 범국민운동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소진광 :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도가 1961년에 중단되었다가, 1990년대에 부활하는 과정에서 새마을운동의 성과가 영향을 미친 바 있다고 생각된다. 새마을운동과 지방자치와의 관계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다.
김안제 : 지방자치의 부활은 지방의회의원선거가 있던 1991년으로 봐야 한다. 4년 뒤 1995년에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선거하면서 ‘민선 지방자치’ 시대를 맞이했다.
지방자치가 성공하려면 주민들의 역량, 지식수준이 갖춰져야 한다. 또한 지역단위에서 어느 정도의 기반 기초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분권은 자식이 분가하는 것과 똑같다. 부모는 자식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인 활동능력, 의식, 환경적인 여건, 집 등이 마련되어야 분가시킨다. 지방자치가 그렇다.
만약 새마을운동 없이 농촌의 1960년대 상황이 그대로 지속됐다면 1991년 지방자치 의회 부활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새마을운동으로 우리나라 농촌을 경제적으로 성장시켰고, 환경·도로 등을 개선하고, 특히 가장 중요한 국민의 의식 수준이 올라갔다. 국민의 근면 협동 의식이 강하다. 이것이 지방자치의 근본이다. 내가 늘 주장하는 바가 1991년 지방자치의 부활은 새마을운동 성공 효과를 딛고 일어나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소진광 : 교수님께서는 우리 민족의 통일에 대한 관심과 활동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며 새마을운동이 나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고언을 해 주시기 바란다.
김안제 : 현재 남북통일을 우리 주도로 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했다. 그 배양에 상당 부분을 새마을운동이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통일을 우리 주도로 한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북한을 흡수해 2천7백만을 수용할 수 있겠는가? 북한의 낙후된 SOC(사회간접 자본) 경제수준을 우리 수준으로 끌고 오는데 얼마나 희생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부분을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을 도와주는 방법으로 새마을운동을 부분적으로라도 시작하는 것이 어떤가 싶다. 새마을지도자들이 해외로 나가서 새마을운동을 전파하듯이 북한에서 한다면 통일비용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통일이 된 후에도 새마을운동이 또 필요하다. 여러 가지 시책 가운데 특히 농어촌 의식과 수준을 올리려면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앞장서서 일해야 할 곳이다.
소진광 : 새마을운동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마을운동이 우리 사회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교수님의 삶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지?
김안제 : 지역사회지도자과정 47기로 들어와 4박 5일 동안 연수를 받았다. 새벽에 나와서 마당에서 청소하고, 교육받고 사례발표도 했다. 교육을 통해서 상당히 많이 깨달았다.
그 이후에도 새마을운동에 관여하면서 심지가 됐다. 새마을활동을 하면서 절대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중독성이 있었던 것 같다.
사회적으로는 환경이 달라진 것, 가난에 벗어난 것은 눈에 보인다. 다만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의식인데 의식 수준이 상당히 올라갔다.
아직도 지역단위에서 새마을운동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질서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사회의 건전한 질서의 확립, 또 생산적 국민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새마을운동이 기여한 것은 컸고 앞으로도 클 것이다.
소진광 : 우리나라 정부와 새마을운동중앙회 및 국민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이 기회에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김안제 : 우리나라 국민운동이 이 정도의 역사를 갖고 정착까지 오는 데 힘이 들었다. 이런 운동이 지금까지 없었다. 새마을운동이 대한민국의 국민과 국가에 나쁜 영향이 있을까? 없다.
현 정부를 포함해서 어떤 정부가 들어오더라고 누가 했다고 따지지 말고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을 인식해서 적극적으로 정부가 지원, 협조 발전시켜 나가 주기를 현 정부와 다음 정부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독려하는 바다.
정리:정은영 기자 chey56@saemau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