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외교적으로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문화는 정의하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대체로 인간의 일상생활, 습속, 사고방식에서부터 오랫동안 지속된 인간의 행동양식, 생활 방식, 인생관 등 모든 것을 망라하는 총체적 체계이다. 문화는 금방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상당한 시간이 걸려 형성된다.
인간의 문화와 종교는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종교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기준의 하나로 종교성을 들 수 있다. 물론 종교를 가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종교를 신앙의 문제와 구별하여 인간의 사고와 믿음의 문제로 볼 때 종교는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는 원리가 된다. 1990년대 초에 하버드대학의 사무엘 헌팅턴 교수는 문명충돌론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여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문명을 종교적 관점에서 구분하여 기독교 문명권, 불교, 유교, 이슬람교, 힌두교 문명권 등으로 그 특징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종교적 영역 간의 갈등과 대립이 충돌로 이어진다고 설파하였다. 그의 관점은 종교를 대립적 측면에 국한하여 본데 문제가 있다. 충돌적 요소도 있지만, 협력적 요소도 있는 것을 간과하였다.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충돌도 있지만, 불교와 유교의 공존도 있는 것이다.전 지구적 차원에서 보면 지역별로 문명이 종교적 관점에서 나누어질 수 있다. 유럽의 기독교 문명권과 중동의 이슬람 문명권, 아시아의 유교 문명권 등이 있다. 이러한 세계는 교통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확연히 구분되는 측면이 있었으나 이제 교통통신의 발달 및 세계화의 추세가 진전되는 상황에서는 종교적 혼재성이 증가되고 있다. 기독교 문명권에도 무슬림의 유입으로 이슬람권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러한 이민국가에서는 각 종교 간의 공존 또는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자신의 종교적 관점을 강요하고 고수하는 그런 생활방식이 아니라 서로의 종교적 차이와 인식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다.국가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러한 현상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호주와 같은 이민사회에서는 말할 것이 없고 종래 단일민족으로 정체성이 강조되던 한국에서도 외국인의 유입 증가로 이런 현상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 사회도 이제 외국인이 약 2백만을 넘어섰고 다문화 가정도 수십만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외교와 관련하여 보면 이제 외교는 문화외교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문화의 홍보와 이해를 통한 한국의 관습과 정신적 토대를 인식시키는 것이다. 이는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들며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그 효과는 크며 오래가는 장점을 지닌다. 한국의 언어, 춤, 노래, 예술에 대한 이해는 그 사회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것이다. 요즈음 한류를 통한 한국의 노래와 춤, 예술에 대한 이해가 커지고 있다. 문화 외교의 확장을 위해 문화원의 설치를 증가시키고 있다. 우리의 대외원조를 시행할 때도 그 나라와 민족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접근을 토대로 하는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새마을운동과 같이 그 나라 사람들의 정신과 의식을 개혁하는 운동에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는 단순히 마을 정화를 하고 소득증대에 그치는 운동이 아니다. 의식과 문화수준의 향상을 기하는 일이고 이는 그들의 공동체 의식의 함양, 참여의식, 신뢰도 증진, 봉사정신, 이타심 등으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특히 수많은 종족이 집합하여 국가를 이룰 때에는 이들의 통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여기에 문화와 종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고 이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새마을운동이 전개되면 더 효과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