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4월 22일, 새마을운동이 공식적으로 제창된 날이다. 꼭 49년 전이다. 새마을운동은 “잘 살아 보세!”로 간단히 요약될 수 있다. 새마을운동은 농촌의 가난을 떨쳐버린 운동으로서 마을공동체의 형성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수행했다. 오랫동안 이어지는 동안, 한때는 정치의 물결을 타는 바람에 많은 사람의 입길에 좋지 않게 오르내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새마을운동이 1970년대의 한국 농촌을 확 바꾼 계기였다는 점은 정치적인 입장이 다르더라도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특히, 농민들의 정신태세를 바꾸어놓았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새마을운동은 이제 저개발국가의 발전모델로 선정되었다. <새마을운동>지에 잘 나타나듯이, 세계 속의 새마을인은 이젠 늘상 보도되는 내용 일부가 되었다. 또 다른 50년을 앞에 둔 새마을운동의 정신은 지속 가능한가? 거기서 우리가 배울 점이 있는가? 나는 현재까지 진행된 새마을운동이 우리 사회의 앞길에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크게 두 가지 면에서 그 의의를 밝혀보고자 한다. 첫째, 공동체에 대한 따뜻한 이해다. 새마을운동은 무엇보다 마을공동체 만들기였다. 한국 사회는 그 이후 급속한 산업화를 성공시켰고, 그에 따라 배금주의도 만연하게 되었다. 농촌이건 도시건, 공동체는 사라졌다. 모든 활동의 중심은 개인이 되었고, 공동체도 사회도 없이 나홀로 생계와 일자리, 마음의 안정을 챙겨야 하는 각자 도생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정주시킬 고향을 잃어가는 만큼, 지역 공동체에 대한 필요는 커진다. 최근 많이 논의되는 도시재생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이웃이 있는 마을공동체의 복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지향점은 바로 새마을운동의 지향점과 일맥상통한다. 또, 서구의 선진국에서 빈부격차, 고령화의 가속화, 계층 간 갈등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이 부각되고 있는데, 사회적 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저소득층의 참여, 지역밀착 서비스 제공, 사회적 기회 향상 등은 새마을정신과 다를 바 없다. 우리 주변의 문제는 힘을 합치면 풀 수 있다는 새마을운동의 정신이 공동체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 둘째, 새마을운동과 세계화다. 새마을운동은 보편적인 가치에 호소한 운동이다. 공동체를 살리고자 내세운 근면, 자조, 협동의 가치는 시대를 초월한 가치다. 새마을 정신을 바탕으로 자발적 참여를 핵심으로 하는 마을 만들기가 개발도상국의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이란 성공사례는 개발도상국으로 하여금 “잘 살아 보세!”라는 목표의 설정과 “하면 된다”는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영감의 근원이 되고 있다. 새마을운동이 이렇게 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세계의 새마을 지도자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의 경험을 배우게 됨에 따라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시 돌아볼 계기를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성취한 일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달으며, 새롭게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두 번째로 새마을운동을 통해서 더 나은 삶을 향해 매진하는 개발도상국의 지도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조금 앞선 자로서 우리의 과거를 회상시켜 주는 개도국의 사람들과 동류의식을 나누게 되었다. 이것이 진정으로 우리가 세계화하는 길이다.세계화라는 말을 많이 하면서도 세계화는 보통 사람들에겐 하나의 가상적인 세계에 그치곤 하였다. 세계화의 핵심이 결국은 세계 여러 나라 사람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데 있다고 할 때, 새마을운동의 전파를 통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계를 보게 되었고, 그 사람들과 동료의식을 나누게 되었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각도에서 세계의 발전 문제를 바라보게 되었고, 세계 평화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급속히 변화하는 세계 속에 살고 있다. 우리는 변해야만 살 수 있다. 50년 전에 제창된 새마을운동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그 정신마저 바꿀 필요는 없다. 다만, 시대에 맞게 근본정신을 넓혀나가고 새롭게 발견하는 일은 필요하다. 공동체의 결핍이 화두인 이 시대, 세계화의 진정한 의미를 새겨야 하는 이 시대에 새마을운동은 필요하며, 새롭게 전개해 나가야 할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