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은 우리 모두의 고향이다. 시대에 따라 풍속(風俗)의 많은 변화가 있지만, 추석이 되면 여전히 많은 사람이 고향인 농촌을 찾는다. 교통체증을 기꺼이 감수하고 고향을 찾아 성묘하고 조상님의 은덕을 기리며 부모·형제와 친지, 벗들을 만나 정을 나누는 모습이 아직은 더 일반적인 풍경이다. 추석을 쇠러 고향에 갈 준비를 하면서 농촌의 현실에 대해 짚어보았다.2017년 12월 1일 현재 농가인구는 2백42만 2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4.7%로 줄었다. 이마저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42.5%로 전체인구 중 고령인구 비율인 13.8%보다 3배 이상 높다. 반면 40세 미만 농가경영주는 1.1%에 불과하다. 경지면적 또한 1헥타르 미만 농가가 전체농가의 69.7%를 차지하고, 농축산물 판매액은 전체농가의 66.8%가 1천만 원 미만(통계청. 2017 농림어업조사결과)으로 영세 소농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쌀을 비롯한 농산물시장의 완전 개방과 함께 최근 몇 년째 지속하는 농산물가격 하락과 빈번한 자연재해, 종식되지 않는 가축질병 등으로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환경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수십 년간 우리 농업·농촌은 산업화를 위한 노동력과 먹을거리의 안정적 제공, 공산품 수출을 위한 농산물시장 개방 등 희생을 거듭 감내하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 농업·농촌의 상황은 농가인구 급감에 따른 농촌공동체의 해체를 넘어 지방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며, 배제와 소외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은 농업·농촌의 본래 기능인 안전한 농식품의 안정적 공급을 통한 식량안보와 국민건강 수호,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지역사회의 유지, 쾌적하고 아름다운 국토환경의 보전이라는 농업·농촌의 본래 기능마저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농업·농촌의 문제가 더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의미한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작금의 세계 또한 기후변화, 에너지·자원의 문제와 식량부족, 경제 불안의 지속 등 복합적인 ‘글로벌 위기’로 인해 재해의 속출, 빈곤과 기아의 증가, 사회적 양극화 심화 등 지구생태계와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 농업과 농촌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농업과 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가사회의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가의 노력이 우선이다. 정부는 개방과 구조조정 중심의 농업정책을 미래세대와 자연생태계를 고려한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적정농지의 보전과 농업 인력의 육성, 농가소득 보전 등 농업기반을 재정립해야 한다. 나아가 국민의 사랑과 실천, 사회적 연대를 구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농촌에서는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면서 순환과 상생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자치역량을 높이고 협동심을 배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에서는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 친환경 우리 농산물로 밥상을 차리고, 농민과 시민의 자발적 노력으로 활발히 성장하는 생활협동조합운동, 로컬푸드운동, 슬로푸드운동, 식생활교육운동, 도시농업운동, 귀농귀촌운동, 친환경공공급식운동 등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도 좋은 방법이다. 때맞추어 올해 하반기부터 새롭게 전개하는 ‘생명·평화·공경운동으로 새로운 문명사회 건설’이라는 새마을운동 추진방향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추석을 맞이하여 한가위의 풍요와 나눔의 행복이 모두에게 가득하길 기원하며, 농촌에 국민의 사랑과 연대의 손길이 넘쳐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