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89년 어느 날, 새마을운동중앙회장께서 내무부 주관 회의를 다녀와서 하신 말씀이 다시금 떠오른다. 당시 6공 정부가 출범하면서 소위 ‘새마을운동 이름 바꾸기’ 물밑 작업이 한창이던 때였다. 학계, 종교계, 시민단체 대표 회의였는데 회의에 참석한 모 교수가 ‘이제 이만큼 잘살게 되었는데 새마을운동이 필요한가!’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 말에 스님 한 분이 새마을운동을 바다에 비유하면서 ‘수면은 고요하나 물 밑에서는 크고 작은 수많은 물고기가 쉼 없이 헤엄치고 있다. 내가 기거하는 사찰 인근 마을에서도 새마을지도자들이 새마을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더라.’는 말로 회장의 상황을 대변해 주었지만, 왠지 씁쓸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회의의 중론은 대안이 없으니 새마을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고 했다. 결국 6공 정부는 새로운 국민운동으로 ‘새 정신 운동’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반대 여론에 밀려 ‘새 질서 새 생활 실천운동’을 시작했다. 문민정부에서는 ‘신한국 창조’, 국민의 정부에서는 ‘제2 건국운동’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운동단체 통폐합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당시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마을운동을 소위 ‘관변단체’라며 헐뜯는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언론의 질시와 냉소를 받으면서도 새마을지도자들은 각기 지역사회에서 묵묵히 봉사해 왔다. 이러한 사회 일부의 냉소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새마을운동이 흔들리지 않고 건재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과연 무엇인가? 새마을운동의 뿌리인 새마을지도자들은 전국 마을 마을에서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 봉사하며 자신들이 이룬 작은 성과에도 만족하며 보람을 찾는 평범한 소시민들이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을 해방 이후 가장 잘된 국가정책 1위로 평가하는 각종 국민여론조사가 이를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장강대하(長江大河)의 근원은 깊은 산 속의 수많은 옹달샘이다. 이들 옹달샘에서 뿜어내는 한 방울의 물이 모여 실낱같은 개천을 이루고 그 개천 한 가닥, 한 줄기가 장강대하를 이루듯 새마을지도자는 지역사회에서 맑은 물을 끊임없이 뿜어내는 옹달샘과 같은 존재다.새마을운동중앙회는 지난 10월 20일 평창에서 ‘다시 뛰는 새마을운동, 도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으로 전국 새마을지도자대회를 하고, 일류선진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전국 새마을지도자들이 ‘다시 뛰자’는 결의를 다졌다. ‘다시 뛰자’는 것은 새마을운동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새마을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다 하자는 것이다.새마을운동은 박정희 대통령이 주창하였지만, 1970년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며 몸부림친 새마을지도자들과 함께 만들어 낸 대서사시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그의 친필 메모에 ‘한 사람의 훌륭한 마을지도자가 한 마을을 완전히 일어나게 한 예를 자주 보고 있다. 이들이 이룩한 업적을 후세 역사에 남겨야 한다. 이들이 바로 우리 농촌의 영웅이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2013년 6월, 1970년대 새마을운동 기록물 2만2천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새마을운동은 모든 인류가 공유하는 가치로 인정받게 되었다.새마을운동으로 1970년대 지긋지긋한 가난을 극복했다면 세계 선진 일류 대한민국을 건설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사명일 것이다. 이에 전국 210만 새마을지도자들이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정신으로 뿜어내는 맑은 물들이 가정에서 흘러나와 이웃과 지역사회를 흠뻑 적셔 대한민국을 풍요롭게 하고, 나아가 오대양·육대주에 스며든다면 지구촌 인류 공동번영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