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우리의 삶이 크게 바뀌었다. 학교, 직장, 시장, 동네 음식점 등 일상생활의 장에서 사람의 움직임이 크게 줄었고, 비대면의 재택근무, 재택학습이 일상화되고 있다. 거의 통제됐던 전염병이 일부 집단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여전히 세력을 떨치고 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기가 어렵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깨닫지 못하던 한국적 삶의 여러 측면을 일깨워줬다. 긍정적인 측면을 본다면, 시민 대다수가 감염의 위험성을 깨닫고 방역에 철저하게 협력했고, 한국의 첨단과학과 의료보험체계, 건실한 방역시스템이 일본이나 미국보다 우위라는 점을 알려줬다. K 방역의 우수성은 선진국도 주목하고 있다. K 방역 덕분에 우리의 경제활동은 다른 나라에 비해 충격을 덜 받았다. 우리 경제는 OECD 주요 국가 중에서 2020년 전반기 중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K 방역의 우수성과 경제적 피해의 최소화에도, 선진 14개국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감염병 걱정을 가장 많이 하고 있으며, 경제에 대한 걱정도 가장 많이 하는 아이러니가 나타났다. 왜 그럴까? 언론 보도대로 방역을 잘하고, 경제도 잘 관리하는데 괜한 걱정을 많이 하는 ‘걱정왕’일까? K 방역은 걱정이 많아서 성공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회의 위와 아래의 격차가 큰 K자형 양극화 때문에 걱정이 많은 것일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체감하는 정도는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처럼 영세 자영업자 비중이 높으면 사회 전체적으로 일반시민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는 높아진다. 또,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접촉 근무를 주로 해야 하는 비정규직이나 서비스 취약계층은 취업기회가 줄어들어 비대면 근무할 수 있는 사무직 직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의 비정규직의 비중은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다른 나라보다 취약한 편이다. 우리가 다른 선진국보다 위아래의 격차가 훨씬 큰 K자형 양극화를 겪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수출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감염병 확산이 심각한 다른 나라의 경제 상황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K 방역에도 우리가 ‘걱정왕’이 된 여러 가지 이유다. 14개국 여론조사를 보면, 감염 정도가 높은데도 세계경제와 감염에 대한 걱정을 제일 적게 하는 상위 4개 국가는 덴마크,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다. 이들 4개국은 촘촘하게 짜인 사회적 안전망을 갖춘 나라들이다. 걱정왕의 아이러니가 시사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걱정왕’을 벗어나는 길은 코로나 우울증을 해소하는데 있지 않다. 걱정은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집안에 갇힌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비대면 대화도 늘리고, 산책과 운동 등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K자형 양극화 해소에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당장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구조의 틀을 바꿔야 한다. 비정규직이라도 안정된 취업과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해 줘야 할 것이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저임금을 바탕으로 버텨온 영세 자영업자가 살아나갈 길이 제시되어야 한다. 경쟁력 있고 고용 효과가 큰 중소기업이 활동하기 쉬운 기업환경을 만드는 일도 K 양극화를 극복하는 큰 그림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이런 정책은 모두가 함께 사는 상생의 공동체,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는 K 공동체를 밑바탕으로 삼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20년 전의 외환위기 때에는 4백만 명의 시민이 금 모으기에 참여했다. 국가의 위기 앞에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 의식하에 똘똘 뭉쳤다. 지난 20년 동안 많은 정규직은 비정규직화하였고, 상생은 각자 도생으로 바뀌었다. 우리 공동체는 와해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걱정왕이 되지 않으려면, K 공동체의 꿈을 실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