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마주치면 가벼이 건네던 인사말과 악수가 어색하고,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시작한 2020년, “안녕하세요?”는 거리 두기와 마스크 속에 점차 묻혀 갔고, 악수는 괜스레 쑥스러운 몸동작이 됐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에 자그마한 흠집을 내더니, 시나브로 우리 생활의 리듬마저 바꾸어 버렸다. 친구와 동료가 만나 정을 나누지 못하고,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업무가 늘어나면서, 개인들의 고립과 단절이 일상화됐다.
이와 함께, 사회생활은 위축되고 경제적 활력을 빼앗기게 됐다. 청년층에선 자살을 생각하는 일이 많아져서 소위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증)’가 급증했다고 한다. 평온하던 일상이 무너진 지 어느새 1년, 우리는 쓸쓸히 2020년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통제가 되는 세계적 대유행병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코로나19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백신이 나오고, 치료제가 나와도 2021년 연말까지 완전히 꺾일 거라는 전망은 찾기 어렵다. 당분간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하니,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고립과 위축을 이기는 지혜를 배워야 할 터다.
무엇보다 먼저 소소한 말과 동작의 소중함을 깨닫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사와 악수는 산소와 같다. 평소에 그 소중함을 못 느끼지만,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우리의 일상생활은 어색해 지고, 윤활유 빠진 기계처럼 삐걱거리게 된다.
자연스런 일상의 출발점은 만남이며, 만남은 가벼운 인사와 정겨운 악수로 시작한다. 대면 공간이든 비대면 공간이든 인사말, 눈인사, 악수의 제스처를 잊지 말자. 소소한 한마디가 소중하며, 꼭 필요하다.
고립되고, 위축된 일상을 벗어나는 데는 격려의 지혜가 필요하다. 지친 우리 이웃에게 앞을 내다보고 신발끈을 고쳐 맬 수 있는 용기의 말을 전하자. 만나지 못하는 대신, 자주 전화를 하며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것도 사소하나 좋은 격려가 된다. E-Card와 카톡으로 송년 인사를 전해왔다면, 올해에는 손수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어 ‘당신은 잊히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인상깊게 보내보자. 조그만 관심의 표시가 실직하거나, 가게를 접을까 고민하는 친구나 이웃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같은 처지에 있는 이웃이 전하는 “널 믿어” “기운 내자”는 한 마디는 고단한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기대하는 힘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된 분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또 학교에 가지 않고, 비대면으로 집에서 수업하는 아이들과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가족의 새로운 모습도 깨닫게 되고,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일도 자주 발생할 것이다. 이런 문제도 소소한 언행의 소중함을 깨닫고, 격려의 지혜로 해소하자. “넌 잘할 수 있어”라며 신뢰의 웃음을 보내자. 새로이 맞이하는 긴 하루가, 긴 저녁 시간이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가 깨달은 또 하나의 지혜는 우리 삶의 연계성과 함께하기의 중요성이다. 전염성이 매우 높은 코로나19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영국총리도, 미국 대통령도 피하지 못했다. 유명인이든 평범한 이웃이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건장한 젊은이든 노인이든. 또, 나 혼자만 잘해서 전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누구라도 감염되고, 전파자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우리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자.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불필요한 모임을 자제하자. 방역수칙을 잘 지켜 감염되기 전에 나와 이웃을 보호하는 것이 최상의 백신이다. 불행하게도 감염되었다면, 격리에 응하고, 감염경로를 추적하는데 협조하자.
2020년 남은 기간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배려하고 격려하자, 우리 다 함께. “안녕하세요 2021년” 밝게 인사말을 건네며, 나의 2021년에게 손을 쑤욱 내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