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가져온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하고 있다. |
▲이곳에서는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분리 배출하면, 전문업체가 수거해 간다. |
한낮인데도 강한 바람에 체감온도가 부쩍 떨어진 지난 3일. 오후 2시가 넘자 한두 명씩, 때로는 삼삼오오 큰 가방이나 보따리를 들고 주민들이 모여든다. 익숙한 듯 페트병, 종이팩, 플라스틱을 꺼내 종류별로 분리, 무게를 달고, 이를 기록한다. 그렇게 하면 월 1회 재활용 정산을 통해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이곳은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유가 보상을 해주고, 100% 재활용이 될 수 있도록 지난 1월 14일 문을 연 성남시 자원순환가게 ‘신흥이 re100(Recycling 100%)’이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운영한다.
경기도 성남시와 성남환경운동연합, 민간기업(IT기업/재활용업체)의 참여로, 배출된 재활용품을 주민들에게 직접 현금이나 모바일상품권으로 보상해준다. 또한 주민들은 배출한 양과 보상 금액을 휴대전화 앱(에코투게더eco2gathe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성남시는 일반주택과 다세대주택이 많은 곳에서 쓰레기배출과 불법투기로 끊임없이 주민갈등이 발생해왔다. 성남시의 하루 쓰레기 배출량은 8백5톤, 연간 쓰레기 처리비용은 9백33억 원이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5천8백10건에 이른다. 게다가 혼합배출로 인한 이물질 오염과 일반 쓰레기 혼입 등으로 재활용률이 매우 낮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 관, 기업이 마음을 모았다. 쓰레기가 자원으로 순환되기까지 배출과 관리, 처리 책임자들이 모두 참여했다. 시에서는 부지와 시설을 제공하고, 처리업체에서 수거와 유가보상을 맡고, 성남환경운동연합이 주민 소통과 장소 관리운영의 역할을 한다. 쓰레기 문제는 비단 성남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처리비용은 물론 생활환경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리배출을 하는 중학생들의 손에는 잘 씻어서 펼쳐진 종이팩이 들려 있다. |
교육에서 참여로
주목할 점은 자원순환가게 ‘신흥이 re100’이 주민주도형 자원순환사업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의 인식 개선과 참여가 매우 중요한만큼 교육이 먼저 이뤄졌다. 주민대상 교육을 실시해 자원순환활동가를 배출하고, 교육을 수료한 주민 중 2명이 현재 활동가로 가게 관리와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은 마침 수거처리업체가 오는 날이라 더욱 분주했다. 주민과 활동가가 직접 확인하고, 분리하고, 무게를 재고, 기록까지 하느라 매우 바빴지만, 손발이 척척 맞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너무나 철저하게 세척, 분리해서 가져오는 주민들의 모습이었다. 한두 개쯤 예외도 있을 법한데 오염되거나 이물질이 들어 있는 상태로 들어온 물건을 찾을 수가 없었다. 비우고, 헹구고, 제거하고, 분리하는 규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었다.
인근에 있는 성당의 유치원 어린이들도 매주 재활용품을 모아 방문한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 시·공립어린이집에서도 우유팩과 요구르트병 등을 모아 가져오고, 관련 교육도 연계해 실시하고 있다.
자원순환가게 ‘신흥이 re100’의 유가보상품목에는 플라스틱(pet, pe, po, ps, other), 캔, 의류, 섬유, 종이팩과 서적, 일반종이, 투명페트병과 잡병 등이 있다. 현재 재활용품 교환 행사로 건전지 25개를 모아가면 종량제봉투 20리터와, 종이팩(우유팩, 두유팩, 주스팩)은 화장지와 교환 가능하다. 특히 투명페트병은 무게가 아닌 개당 10원으로 보상해준다.
신흥동 외 3개 동에서 이동식(천막) 자원순환가게를 운영하는 성남시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면서 생활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더욱더 높이는 자원순환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이런 사례를 확산하려면 지자체와 처리업체, 시민단체 간의 협력과 무엇보다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자발적인 동참으로 자원순환문화를 만들고, 작은 실천으로 지구를 지키는 동네 신흥동. 이곳에는 쓰레기가 없다. 모두가 자원이 되는 진정한 순환사회를 위해 우리의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