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를 흔들고 있다. 인간의 활동을 제한하고, 많은 시설을 폐쇄시키고 있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염병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진이나 홍수보다 막기 어렵다. 다중 집회를 제한하고 조심하는 수밖에 뾰쪽한 수가 없다. 코로나19의 주범으로 박쥐가 꼽히는데, 문제의 발단은 박쥐를 인간세계로 끌고 온 데 있으니 박쥐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박쥐는 이솝 우화에서도 비난을 받는 동물이다. 땅 위의 짐승과 하늘의 새들이 전쟁을 일으키려 할 때, 눈치를 보면서 어느 한 편이 되기를 거부했던 박쥐. 평화의 시간이 되자, 박쥐는 누구의 친구도 되지 못하는 외톨이가 된다. 이번에는 박쥐가 딱히 억울해할 이유는 없다. 이솝은 인간을 풍자한 것이니. 정치가 사회문제의 해결을 둘러싼 정책대결이 아니라, 사소한 문제를 두고 근거 없는 주장이나, 비방 또는 막말로 점철되는 시절에 이솝의 교훈은 절실하게 새겨야 한다. 막말 바이러스가 코로나19보다 더 우리의 삶을 황폐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 사회에서 박쥐형 인간을 자주 만나게 된다. 소신 없이 시류에 영합하는 것은 기본이며, 거친 언사로 공동체의 동료를 모욕하고, 적으로 삼는 일을 자랑거리로 여기는 인간이 늘고 있다. 이런 일은 박쥐의 사례가 보여주듯 새와 짐승이 충분한 교류를 하지 않고 다툼 중일 때 발생한다. 이때가 박쥐의 시간이다. 박쥐의 시간은 집단 간에 교류가 없고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아 왜곡된 이야기가 만연하는 시간이다. 박쥐의 시간에는 자신의 집단만이 옳다고 생각하며 다른 집단을 죄악시하고 악마시하는 막말 바이러스가 창궐한다. 하지만, 박쥐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전쟁이 끝나면서 박쥐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홀로 살아가게 된다. 박쥐의 시간을 줄이는 일이 어렵기는 해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가 주목한 K-방역을 따르면 된다. 코로나19에 대처한 K-방역은 중국식의 강제적인 도시폐쇄도 아니고, 미국식의 자만과 회피방식도 아니다. K-방역은 가능한 한 사회생활을 개방하면서 문제가 있는 장소는 철저하게 출입을 제한하고 소독하였다. 잠재적인 감염전파자는 철저히 검사하여 가려냈고, 일반에게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개방성, 투명성, 불확실성의 제거로 우리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했다. 막말 바이러스도 K-방역법으로 차단할 수 있다. 막말 바이러스를 없애려면 먼저 잘못된 정보를 만들어 내고 전파하지 못하도록 사회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막말 바이러스는 빛이 제대로 들지 않는 음험한 곳에서 자라서 불안한 사람들의 마음에 침투할 기회를 노린다.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면 미확인된 ~카더라 뉴스가 발붙일 공간이 없어진다.사회의 개방성도 중요하다. 막말 바이러스는 폐쇄된 집단 속에서 통용된다. 끼리끼리 사회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정상적인지, 혹은 비정상적인지를 판가름하지 못한다. 한편, 자신들이 외톨이일 수 있다는 불안한 심리가 발동하면 세상을 향해 거친 언사를 내뱉게 되는 법이다. 사회의 각 부분이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면, 막말 바이러스는 전파력을 잃게 된다. 불확실성을 철저히 제거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막말 바이러스가 계속 퍼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막말하는 전염원을 철저히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네 편 내 편 하는 진영논리에 빠져서, 우리 편이 하는 말이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고 있다. 네 편 내 편의 편협함을 버리고, 철저한 사실의 확인과 논리를 통해 막말 바이러스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막말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불건전한 구석이 산재함을 말해준다. K-방역으로 막말을 몰아내고,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