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매년 옥수수 1천만 톤, 밀 4백만 톤, 콩 1백20만 톤 정도를 수입한다. 해마다 세 가지 곡물만 1천5백만 톤 이상을 수입하는 셈이며, 지난 몇 년간 통계를 보면 이보다 웃돌 때가 더 많다. 물론 쌀도 2005년부터 매년 40만 9천 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한다. 이는 올해 경기도 전체 쌀 생산량 39만 톤보다 많은 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량자급률은 23.4% 정도로 소위 선진국클럽이라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곡물을 해외에 의존하다 보니 비단 농업·농촌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과 환경과 생태계의 보전에도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GMO 식품을 비롯한 끊임없는 식품안전논란이나 수입과 가공·유통과정에서의 환경부하 가중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쌀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전체 쌀 생산량은 3백86만 8천 톤으로 밀 한 품목의 수입량에도 못 미치는 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산물시장개방과 식생활의 변화 등 여러 요인으로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 국민1인당 쌀 소비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오랫동안 민족의 생명 줄이라고 했고 여전히 주식인 이 쌀에 대해 요즘 농민은 물론이고 정부와 국회를 비롯한 많은 언론매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20년 전 가격으로 하락한 쌀값이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자 적정 수준의 쌀값에 대한 논란과 「농업소득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정하게 되어 있는 ‘쌀 목표가격’을 올해 말까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민단체는 쌀 100g 당(밥 한 공기) 3백 원, 80kg당 24만 원 이상을 요구하고, 야당도 대체로 최소한 24만 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1월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이 반영되길 바란다”고 하여 농민들의 기대를 높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현행 법률에 따라 지난 5년간 목표가격 18만8천원에 1백92원을 인상한 18만8천1백92원을 국회에 제시하였다가 농민들과 야당의 반발이 거세어지자 당정협의를 통해 19만 6천 원을 제시하였다. 쌀값은 국민 1인당 년간 61.8kg을 소비하는 것을 고려하면 국민 1인당 년간 쌀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은 농민들의 주장대로 80kg당 24만 원으로 정한다고 해도 18만5천4백 원에 불과하다. 이를 1년 365일로 나누면 국민 1인당 1일 쌀 구매비용은 5백8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조차도 도시서민이나 저소득층은 부담될 수 있다고 한다면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 대비 농가소득이 63.3% 정도로 큰 폭으로 벌어져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쌀값을 통해 평균 농업소득 1천만 원가량의 농민의 소득을 억제할 일이 아니라 정부에서 미국처럼 국민 영양 개선과 건강증진을 위한 직접적인 식품보조제도 도입 등을 통해 저소득층에 대한 양질의 먹을거리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이는 도농이 상생하는 ‘포용국가’의 취지에도 들어맞는 일이다. 따라서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 보장(식량안보)과 공익형 직불제의 확대 등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수천 년 동안 발달해 온 우리나라 쌀 농업은 정서적 친화성과 기술적 편의성에 따라 농민이 선호하는 단순한 소득 작물이라는 차원을 넘어선다. 서두에 기술한 엄청난 양의 곡물수입과 낮은 식량자급률, 남북관계의 발전에 따라 예견되는 한반도 전체의 식량수급 문제, 나아가 기후변화 등 때문인 식량문제와 지구생태계의 위기 등을 고려할 때 쌀과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우리나라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2007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2008년과 2010년 중동과 아프리카 등 세계 20여 개국에서 일어난 소요사태는 식량부족이 핵심 원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