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였던 조만석 씨는 기획된 시스템을 꼼꼼히 운영하거나 새로운 계획을 위한 적극적 실행이 가능했다. 충북 보은군에 귀농한 그가 법인을 세워 마을 사람들과 6차 산업을 이끌고, 더 힘 있는 농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성실함과 지혜, ‘함께 성장하는 진심’이 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지역 정책 꼼꼼히 살펴
평생 행정 업무만 해온 조만석 씨. 그는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 시골에서 남은 인생을 살기로 했다. 하지만 부지런하고 활동적이었던 그에게 유유자적 전원생활을 즐기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조 씨는 2013년 2월 충북 보은군으로 귀농을 선택했다. 과수에 관심이 많던 차에 대추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곳이 보은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보은대추대학 8기 졸업 후, 귀농이 현실로 느껴짐과 동시에 막막했던 무엇인가가 손에 잡히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행정 업무에 능통했던 그는 모든 과정과 작업시스템을 꼼꼼히 점검했다. 그런 다음 평택서해영농조합에서 귀농에 필요한 귀농 전문과정을 3개월에 걸쳐 수료했다. 또한 자신에게 맞는 조건을 찾아 꼼꼼히 도전한 결과, 귀농인 농업창업자금 2천8백만 원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농업용 화물차와 SS기(고성능분무기)를 마련했다. 그 외에도 보은군에서 정착자금과 농기계 구매자금을 지원받아 동력운반차, 관리기 외 부속작업기 3종을 구매했다.
조 씨의 귀농 자금은 3천만 원이다. 다른 귀농인들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비용이다.
그는 “집도 임대, 땅도 임대다. 남들은 귀농할 때, 집과 땅부터 사고 시작하는데 제 생각은 다르다. 귀농이 처음인 사람이 그 일과 자신이 잘 맞을지 안 맞을지도 모르고 덜컥 땅과 집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제 생각일 뿐이다. 더욱이 보은은 임대라도 지원받는 데 제약이 없어 귀농하기에 매우 적합한 지역이었다. 어떤 지역은 땅과 집이 없으면 제약이 있다고 하니 충분히 알아봐야 한다. 장비 구매비 등을 다 합해서 3천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 정부 정책 및 지역 정책을 잘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나서, 농기계 및 정착자금을 지원받은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주민들과 친해지려면 먼저 인사해야
주 씨는 “보은으로 귀농해 정착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지역민들과의 화합이었다. 주민들을 볼 때마다 인사를 하니까 처음에는 부끄러운지 불편한 것인지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도 저와 집사람은 주민들을 볼 때마다 인사했다. 이곳으로 귀농했고 이왕 왔으니 친하게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인사가 쌓이다 보니 어느새 먼저 인사를 해주시더라. 기뻐서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라며 웃었다.
귀농하는 사람 중에는 현지 주민들과 화합을 못 해서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낭만을 쫓아온 것이라 오해하여 처음에는 적대적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조 씨 또한 그 점을 알고 있었기에 도시에서보다 훨씬 밝은 인사성을 보였다. 또 밤 11시에 술 먹자고 불러내도 싫은 내색 없이 참여했다. 열린 대문으로 살아가는 시골이기 때문에 인기척 없이 불쑥 방문을 여는 주민에게도 밝게 웃어 줘야 했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적응이 되어 가족처럼 친해지다 보니 스스럼없는 상황들도 자연스러워졌다.
법인 세워 판로 개척·6차 산업 성공 이끌어
주민들과 친해진 그는 주민들과 함께 창업하기로 하고 우송 영농조합법인을 세웠다. 이 또한 처음에는 주민들이 협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인을 세워 함께 힘을 뭉쳐야 더 좋은 조건의 판로와 이익을 얻을 수 있고, 6차 산업도 가능하다고 설득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오해도 있었다. 하지만 조 씨의 마음을 알아주고 신뢰해주는 11 농가가 함께 했다. 덕분에 보은 황토사과, 보은대추, 사과, 대추 과자, 건대추, 대추 묘목, 사과즙, 대추즙, 와송, 인삼을 농가 직거래로 판매해 이윤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열심히 재배한 대추, 와송, 슈퍼도라지, 아로니아 같은 농특산물도 판매 중이다.
그는 “밭에 나가 땀 흘리며 일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그 노동의 가치가 더욱 빛나도록 국가 및 지역 정책을 알아보고 그에 적합한 계획을 세워 농업을 해야 한다. 땀 흘려 일한 작물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은 물론, 6차 산업에 눈을 떠서 생산한 작물을 가공해 상품으로 출하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 농사만 지어서는 귀농을 성공으로 이끌기 어렵다. 지역민들의 신뢰를 얻어 마을 사무장이 되고 6차 산업을 위해 법인을 세우고 애쓴 것도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서다. 물론 혼자서는 안된다. 주민들과 함께 힘을 합쳐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추·사과·아로니아 활용한 6차 산업에 매진
조 씨는 귀농귀촌협의회 삼승면 이장을 맡아 박람회에 참여하고, 귀농 교육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지인에게 보은군을 소개해 정착하도록 도왔다. 또한, 2015년에는 대추 재배 멘토로 지인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현재는 대추 작목반, 아로니아 작목반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마을 사무장이 되어 11농가와 함께 우송 영농조합법인을 꾸려가고 있다.
6차 산업을 통해 마을 수익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천성이 부지런하고 시대의 흐름에 민감한 눈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의 제안을 주민들이 적극 신뢰하는 것은 진심으로 주민들과 ‘함께 성장’하려는 그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마을 농가들과 함께 하는 6차 산업 이외에 개인적으로 대추, 와송, 아로니아 등을 재배하고 있다. 2016년에는 대추 7천만 원, 와송 1천만 원, 아로니아 2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이제는 개인농사를 6차 산업으로 방향을 전환할 계획이다. 농사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생산된 작물을 가공하는 6차 산업 개발에 더 매진하려는 것이다.
농가들과 함께 하는 영농법인 또한 일본 수출에 대한 꿈을 가지고 관련 인증을 꾸준히 받을 계획이다. 현재 농산가공제품 포장디자인 개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는 “남들은 이만하면 귀농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성공을 운운하기에는 이르고, 이 정도 성과를 얻은 것은 마을 주민들과 화합하고 협력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이어 귀농을 결심한 분들에게 “귀농을 결심하신 분들이 있다면, 반드시 지역민들에게 먼저 인사하며 친해지기를 권유한다. 함께 해야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나 혼자 농사지으며 여유롭게 살고 싶어 귀농한다면 한 번 더 생각하길 바란다. 함께 가족처럼 소통해야 성공적인 귀농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리=정은영 기자 chey56@saeamul.or.kr
<자료제공: 귀농귀촌종합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