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늘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고 평안한 느낌이 든다. 고향이라는 말만 들어도 그저 그립고 마냥 가고 싶다. 내가 태어나서 중학교 졸업 때까지 16년 동안 자란 나의 고향에 대한 추억은 가난의 상징인 1950~60년대 추억이지만 언제나 아름답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득하다.팔씨름, 줄넘기, 팽이치기, 줄다리기, 기마전놀이, 농악놀이, 연날리기, 쥐불놀이 등과 같은 각종 놀이와 행사가 끊이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온 마을 주민은 하나가 되고 서로 속속들이 아는 가족 같은 공동체로 마을 주민의 애경사는 곧 마을 전체의 애경사가 되었다. 이처럼 나의 고향은 무엇 하나 추억이 서려 있지 않은 곳이 없다. 고향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이따금 고향을 방문하면 너무 변해버린 고향에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모든 것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해 버렸다. 이제 어릴 적 고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정감 어린 초가지붕은 사라진 지 오래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마을 주민의 생수역할을 하던 그 시원한 우물은 흔적조차 없다. 마을의 정자나무도 잘려나가 버렸고, 아이들로 떠들썩하던 마을 골목길에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기 어렵다. 어릴 적에 70여 가구에 주민 수가 4~5백명에 이르던 마을이 이제는 20여 가구만이 사람이 살고 있고, 그나마 남아있는 가구도 70이 넘은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公家)은 흉물스럽기 짝이 없다. 이제 우리 고향마을도 공동화와 고령화 그리고 부녀화로 몸살을 앓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우리 고향마을도 사라질 거라는 두려움마저 든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많은 농촌 인구가 도시로 이주한 결과 농촌이 붕괴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한 나라의 국토 공간 안에서 도시와 농촌은 상호 공존의 관계로 존재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아더 루이스(W. A. Lewis)는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이 유휴 노동력을 도시에 공급함으로써 도시 공업이 발전한다는 ‘이중경제모형’을 제시했다. 우리나라가 바로 이 루이스 모형의 전형적인 사례 국가 중의 하나이다. 이제는 루이스 모형의 ‘역모형’이 위기에 처한 한국의 농업 농촌을 살릴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도시 공업부문이 유휴노동력을 농업 농촌부문에 제공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한국의 농업 농촌을 살릴 수 있는 해법으로서 가능성이 엿보인다. 다행히도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이 희망을 뒷받침하는 현상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다름 아닌 귀농 귀촌 현상이다. 근래에 다수의 농촌 지자체의 귀농 귀촌 장려정책이 상당한 실효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연합뉴스가 주최한 귀농 박람회에 85개의 지자체가 참여할 만큼 귀농 귀촌 정책이 크게 호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여기에 추가해서 귀농 귀촌뿐만 아니라 ‘귀향’을 촉진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향수가 있다. 최근 정년퇴임으로 쏟아져 나오는 농촌출신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들을 대상으로 고향에 대한 향수와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귀향 장려정책을 시행한다면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국가와 지자체가 귀향 장려정책을 추진함과 동시에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이번에도 앞장서서 제2의 농촌 새마을운동차원에서 ‘내 고향 살리기 귀향운동’을 전개한다면 우리 농촌도 머지않아 우리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정주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래서 우리의 귀향운동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국민의 당면과제이다. 거국적인 귀향운동으로 우리의 농업 농촌이 국가발전에 초석이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