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터진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그동안 잊고 있거나 애써 외면해왔던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문제의 출발점은 중국이었다. 지난해 7월 중국 환경보호부가 ‘2017년 말부터 폐 플라스틱, 분류하지 않은 폐지, 폐 금속 등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다들 나와는 상관없는 딴 세상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9개월 뒤 전국의 아파트엔 거둬들여 가지 않은 폐비닐, 페트병이 산처럼 쌓였다. 한국의 재활용 업체들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거를 거부한 게 원인이었지만,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 당국이 친환경 정책에 의해 외국 폐기물 수입을 규제하고 나선 게 보다 근본적인 이유다.쓰레기 대란 이후 각국에서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유럽연합은 모든 플라스틱 포장지를 재사용하고,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나섰다. 스포츠·의류 업계에선 플라스틱 사용 제한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세계 2위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독일 아디다스가 오는 2024년부터 모든 신발, 의류 등에 석유에서 갓 뽑아낸 일반 폴리에스테르 사용을 중단하고,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만 사용하기로 했다. 석유를 원료로 생산되는 화학섬유의 일종인 폴리에스테르는 내구성이 나일론 다음으로 높은 데다 신축성이 있고, 물에 젖어도 강도에 변함이 없어 스포츠웨어 등의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 문제는 면 등 천연섬유와 달리 자연 분해되는 데 5백 년이나 걸린다는 것이다.사실 이번 쓰레기 대란은 모든 인류에게 곧 닥쳐올 환경 위기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보여주는 수많은 전조 중 하나일 뿐이다. 환경 문제는 먼 미래의 일도 아니고, 우리 문 앞에 있는 위협이자 공포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환경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진 ‘검은 코끼리’일 뿐이다. ‘검은 코끼리’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블랙스완’과 ‘방안의 코끼리’를 합성해 만든 조어로, 명확한 현실이고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모두가 모른척하고 방치하는 문제를 일컫는다. 눈에 뻔히 보이는 데도, 문제의 심각성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인류의 어리석음 탓이다. 광고 속에 나오는 북극곰의 신세를 보라. 인간의 난개발로 삶의 터전인 남국의 빙하가 녹아내려 멸종에 위기에 처한 북극곰처럼 인류도 멸종할 수 있다는 가정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해마다 여러 나라에서 목격되는 기후변화 등에 의한 지구 온난화 현상을 보면 그러한 상상이 전혀 터무니없다고 보기만은 어렵다.세계기상기구(IPCC) 분석에 따르면 1906년부터 지난 1백 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이 0.74도 상승했다고 한다. 미세한 온도 변화지만 전 지구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대기가 따뜻해져 바닷물 증발이 촉진되고, 연쇄작용으로 지구 곳곳에서 사막화를 불러 일으킨다. IPCC는 오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최대 6.4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은 내놨다. 이 때문에 온대 지역이 불모지로 변하고, 물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온갖 생물이 멸종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지구 최후의 날’인 셈이다.답답한 건 우리에게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1백 년간 인류는 개발이라는 급속 페달을 밟아왔고, 그 때문인 지구 온난화를 완전히 멈출 방법도 없다. 다만 그 진행 속도를 늦출 순 있다.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기를 약속하기 위해 만든 파리 기후변화협정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비록 거창하진 않지만, 개인이 생활 속에서 그러한 노력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든지 쓰레기 배출량 줄이기, 에어컨 사용 줄이기 등 일상 속의 작은 실천들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것도 좋은 실천법이다. 전국에 있는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원들만이라도 먼저 앞장서서 그러한 실천을 해보는 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