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한류 문화의 신 아이콘은 ‘방탄소년단(BTS)’이다. 지난 2012년 노래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에 말춤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미국의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오른 가수 싸이의 기록을 뛰어넘는 글로벌 한류의 주역이다. 숫자로 확인되는 각종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BTS의 경제적 가치가 1조 원 이상일 것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뜨겁다는 BTS 인기의 비결은 뭘까.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그들의 음악이 추구하는 음악이 서구의 음악팬에게 친숙하다는 것이다. 어느 한 대중음악 평론가는 “K 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도 BTS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공감하게 된다. 세계인의 기호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 접점을 찾아낸다면 언어의 장벽을 허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SNS 등을 통해 팬들과 꾸준히 소통해온 점도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이유로 꼽힌다.영역은 다르지만, 국내에서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한류 문화의 원조 상품을 든다면 ‘새마을운동’을 빠뜨릴 수 없다. 새마을운동 기록물은 이미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된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유엔이 인정하고, 세계의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그 정신과 실천력을 배우고자 안달한다. 지금도 해마다 꾸준히 개도국의 공무원과 마을 지도자들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을 찾는다. 국내에 있는 우리만 모를 뿐 해외에서 더 그 가치를 인정받는 셈이다. 새마을운동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또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 관련 예산이 삭감될 뻔한 것이다. 하지만 해외순방에 나선 문 대통령이 해외에서의 새마을운동에 대한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고 “새마을 해외 사업을 지속하고, 새마을사업의 이름도 바꾸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삼 그 가치를 재평가받는 계기가 됐다.지난 1970년 4월 22일 고 박정희 대통령이 지방장관회의에서 제창하면서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내후년이면 출범 50주년을 맞는다. 그런데도 ‘새마을운동’이란 이름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름에서 연상되는 외면의 부정적 이미지에 집착하다 보면 정작 그 내면의 정신과 가치, 역할 등을 잊게 되기 때문이다.새마을운동이 더는 시빗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격변의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운동의 가치를 주목해야 한다. 구한말 갑신정변과 갑오경장, 을미사변 등을 겪으며 외세의 침략에 무릎 꿇었던 ‘치욕스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더욱 그렇다. ‘패배의 역사’에 더 익숙했던 우리가 언제 한번 스스로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새마을운동은 ‘실천’과 ‘정신’을 모두 중요시하는 실사구시의 운동이다. 해외 원조에 의존하던 개발도상국들이 새마을운동에 매료된 가장 큰 이유가 거기에 있다. 선진국들이 던져주는 ‘빵 한 조각’에 매달려봤자 배고픔을 달래는 건 순간일 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새마을운동은 ‘빵’을 던져주는 게 아니라 각 나라의 여건에 맞춰 ‘빵’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정신력을 단련시켜 준다.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국내외 5백여 명이 참가하는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가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에서 열린다. 새마을운동이 ‘생명·평화·공경’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정신으로 무장하고, 해외의 손님들을 맞는 큰 행사다.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장도 “시대 변화에 맞춰 ‘생명·평화·공경으로 새로운 문명사회 건설’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며 “과거 진보·보수의 갈등과 대립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과거의 장점을 축적하고, 새로운 시대의 흐름과도 끊임없이 소통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게 새마을운동의 장점이다. 출범 50주년에 2년 앞서 열리는 이번 대회가 거듭 태어난 새마을운동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