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돼지의 해’라는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은 지도 벌써 여러 날이 지났다. 새해를 맞으며 모두가 한 해의 소원 성취와 행복을 빌었다.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사는 공동체가 함께 잘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새해의 시작은 언제나 희망차다.하지만, 막상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올 한해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이 고통을 겪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대로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지라 우리 경제사정이 언제 호전될지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트기는 했지만, 아직 평화의 정착까지는 갈 길이 먼 상태이다.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조정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우리 정치는 아직도 갈등과 대립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이 모든 현상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며, 21세기 인류가 직면하는 구조적 문제의 결과이다. 많은 석학이 인류에게 닥칠 재앙을 경고하고 나선지 오래다.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는 생전에 이렇게 경고했다. “우리는 핵전쟁, 대기 온난화, 유전자 조작 바이러스 등 수많은 위기 상황에 닥쳐 있다. 그리고 이런 위험요소는 과학기술로 인해 더 빨리 늘어날 것이며 상상치 못한 방향으로 문제는 악화될 거다. 그런 작은 가능성이 쌓여 1천~1만 년 안에는 재앙이 거의 확실하게 닥칠 것이다.”실제로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인류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쌓여 있다. 인간들은 환경을 파괴하여 지구의 재앙과 인류의 자멸을 자초하고 있다. 핵전쟁에 따르는 파멸의 위험도 여전하다. 빈부격차와 양극화는 한 사회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문제다. 지구 한쪽에서는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건만, 다른 한쪽에서는 빈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이 어려울수록 그것을 극복할 길을 찾고 노력해 온 것이 인간의 역사이다. 인류 앞에 다가오는 위기의 경보가 심각해질수록,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속에서 사는 것이 거칠고 고달플수록, 우리는 전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에 착수해야 한다. 그것은 서로 간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함께 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을 외치며 다른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고 나의 승리만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공동체의 정신은 파괴되고 만다. 공존과 상생의 노력은 포기되고 승자독식의 사회가 굳어지고 만다. 그때 인간다운 삶에 대한 우리의 소망은 흔적조차 남지 못하게 될 것이다.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인성론』에서 “내 손가락이 다칠지 모르는 순간, 나 이외의 세계는 관심에서 사라지게 된다”며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을 말했다. 토머스 홉스는 “인간이란 전적으로 욕망의 지배를 받는 ‘본질적인 이기주의자’”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따질 정도의 판단 능력은 있다. 현명한 판단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무엇이 다 같이 죽는 길이며, 무엇이 그런 재앙을 막고 함께 사는 길인지를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올 한해 우리 새마을운동이 대한민국 구성원뿐 아니라 세계 인류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를 소망한다. 개인의 이익이나 생존을 넘어 이웃과 세계를 더 배려하는 정신이 여러 위기 앞에서도 우리 인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올해의 띠 동물인 돼지는 전통적으로 복과 재물을 가져오는 존재로 인식됐다. 하지만 돼지는 종종 탐욕의 상징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와 인류에게 복을 안겨다 주는 돼지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물론 그런 한 해를 만드는 노력은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