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알파고대 이세돌 대결은 ‘AI 인공지능’이란 말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의 유행을 가져왔다.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사이버물리적 시스템, 인공지능 등으로 구성된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된다. 증기기관이란 기계의 발명으로 인간의 이동성이 급격히 높여졌다. 즉 인간활동의 공간적 확정이 이루어지면서 오늘과 같은 글로벌 도시화가 가능해졌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의 발명과 사용으로 가능했다. 전기 에너지의 발명은 24시간의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인간활동의 시간적 확장이 이루어졌다. 밤과 낮이 엄격하게 구분되던 인류의 오랜 삶은 2차 산업혁명으로 시간의 연속과 반복으로 이루는 것으로 재편되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과 이용에 의해 가능했다. 앞의 두 차례 산업혁명의 성과를 바탕으로 3차 산업혁명은 삶의 스케일을 급격하게 대규모화하면서 통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를테면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화와 자동화 생산시스템의 도입으로 지구 전역에 흩어져 있는 사람, 기업, 시장이 하나로 연계·통합되고 있다. 이로써 인간 활동은 기존의 물리적 시공간을 넘어 가상의 시공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응용의 연장이다. 그래서 새 시대를 후기 정보화시대라 부르기도 한다. 3차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이 더욱 고도화된 것으로 사회적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메가트랜드 수준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사이버물리적 시스템, 인공지능은 모두 각각 메가트랜드 수준의 사회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1차에서 3차에 이르는 산업혁명은 인류의 삶에 많은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 4차 산업혁명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인류 삶을 풍부하게 할 것으로 막연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앞의 3차례 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 존재 자체를 재규정하고, 경우에 따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점에서 그 전망이 밝은 것만 아니다.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기술의 활용은 그 전제가 인간의 제한된 능력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 인간이 할 수 없는 부분까지 인간을 대신하는 능력의 발휘다. 이에 따라 기계에 의한 인간(노동)의 식민화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대두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 확산으로 일자리가 급격히 주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 등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일자리가 사라질 직종이 미국에선 47%, 한국에선 63%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더욱 엄중한 변화는 인간과 사물(기계 등)이 하나로 결합하는 혼종적 인간의 출현이다. 기계에 의해 진화된 인간이란 점에서 이는 탈인간이라기보다 후기 인간, 즉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 할 수 있다. 기계, 코드, 소프트웨어, 텍스트,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등의 기계적이고 사물적인 객체의 요소들이 사람의 육체, 감각, 정체성, 관계성의 한 부분으로 들어와 한 몸으로 진화된 인간이 포스트휴먼의 모습이다. 인간과 결합한 기계나 사물이 인간 이상의 지능과 능력을 갖추게 되면, 기계에 의한 인간의 식민화는 단순히 공상 소설 속의 얘기만 아닐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에 의하면,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할 수 있는 국가능력을 평가했을 때 한국은 전 세계 국가 중 25위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으로 만들려면 테크노피아에 도취하기 보다 인간에 관한 존재론적 성찰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