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살려야 건강한 먹거리 생산할 수 있어토종종자 중요해…연구 및 지킴이역할 할 것
도시에서 홍성으로 귀농
장남으로서 조상들의 선산과 터전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귀농을 결심한 강신안(60) 충남 홍성군 홍동면 동막마을 새마을지도자. 지난 2010년 겨울, 서울에서 개인사업을 정리하고 고향 충남 홍성군으로 귀농 한 그는 현재 면적 8천9백59㎡ 밭에 고구마 줄기, 백태(콩), 서리태, 고추 등 농작물을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 유기농특구로 지정된 충남 홍성군에서는 대부분 농가에서 유기농으로 농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강 지도자 또한 자연스럽게 유기농으로 하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농사를 지었고, 도시생활을 할 때도 텃밭을 했기 때문에 그에게 농사는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어깨 너머로 배운 농사가 몸에 익숙해 질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귀농 후 처음에는 막막했다. 이에 무조건 논과 밭으로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다녔다. 어르신들이 심고 있는 농작물을 보고 따라 심었는데, 그러다보니 한 발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농사에서는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다른 주민들은 농작물을 심을 때, 나는 그제서야 모종을 구입하고 밭을 가는 준비단계이니, 항상 1~2주 정도 늦어졌다. 수확시기도 늦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라고 말했다. 귀농 전 교육기관에 다니면서 많은 공부를 했지만, 책으로 보는 것과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은 달랐다. 그만큼 농사가 어려웠다. 특히 유기농으로 했기 때문에 날씨 변화, 땅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했다. 귀농에 적극적이었던 아내 응원 덕분에 힘을 얻어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는 그는 “처음 몇 해는 뒤따라가는 느낌이었지만 점차 노하우가 쌓이면서 무엇을 언제 심고, 재배해야 하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흙을 살려야
지난 2013년 유기농 인증을 받은 강 지도자는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이에 그는 돼지감자, 계피 등을 달여, 물과 희석해 해충을 예방하고 있다. 이외에도 직접 손으로 제초 작업을 하며 유기농장을 돌봤다. 한편, 그는 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몇 십 년 전이라도 다른 누군가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해 농사를 했다면, 현재 유기농으로 하더라도 흙 속에 스며들어있던 화학물질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며 “가장 근본적으로 흙을 살려야 한다. 흙이 건강해야 우리가 건강한 농작물을 먹을 수 있다. 토양을 지키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로컬푸드로 신선한 먹거리 제공
강 지도자는 농작물을 로컬푸드 매장에 납품한다. 로컬푸드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농민이 직접 재배한 신선한 지역농산물이 소비자에게 갈 수 있는 연결고리로, 수확한 농작물이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때문에 신선도가 뛰어나다. 또한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믿고 싸게 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홍성유기농영농조합에도 농작물을 납품한다. 지역 농가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을 유통·가공하는 유기농영농조합은 자연순환농법을 실천하고, 지역 농업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조합원인 그는 1백여 명이 넘는 조합원들과 소통하며 친환경 농산물 생산 등에 관한 정보교류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후배들에게 노하우 전수
그는 예비 귀농인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농사를 배우겠다는 이가 있으면 먼저 손을 내밀어 준다. 그 또한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후배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주며, 후배들이 농사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살기좋은 마을로 변모
지난 2012년 12월부터 가입해 새마을지도자 활동을 시작한 그는 현재 홍동면협의회 감사도 함께 맡고 있다. 그는 페비닐 수거작업, 제초작업 등 마을에 필요한 봉사를 하고 있다. 예전이면 그냥 지나쳐가는 일들이지만 지금은 남보다 주위를 잘 살펴보고 나무가 기울어져 있거나, 도로가 파손되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 비해 새마을 위상이 낮아진 것 같아 아쉽지만, 지난 1970년대 한국을 변화시켰던 원동력이 되었던 새마을운동에 대한 자부심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살기 좋은 마을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토종종자 연구할 것
강 지도자는 “우리 밥상에 흔히 올라오는 청양고추, 콩, 감자 등을 먹으려면 종자권료를 외국회사에 내야 하는 사실을 대부분 국민들이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자에도 재산권이 있어서 종자를 사용하려면 개발한 사람·회사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그는 흙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만큼 토종종자를 개발하고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종자전쟁’이라고 한다. 종자로 인해 미래의 식량을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라며 “고추 토종종자를 4년 전 심어 씨앗을 받아 연구 중에 있다. 우리 토종종자를 살려야겠다는 신념을 갖고, 내 위치에서 토종종자 지킴이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