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우리 운동의 목표를 ‘생명·평화·공경운동으로 새로운 문명사회 건설’로 정하였습니다.
올해 2월, 새마을운동 대의원 총회는 우리 운동의 목표를 더욱 구체적, 조직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새마을운동 제 1차 3개년 대전환 계획(2019-2021)을 채택하였습니다.
우리는 생명살림을 가운데 놓고 평화나눔과 공경문화를 두 날개로 펼치면서 대전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제가 현장을 방문하거나 각종 회의, 교육 때 많이 받는 질문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새마을운동하면 누구나 근면·자조·협동을 떠올리는 데 이제 근면·자조·협동은 슬그머니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또는 진지한 질문이고, 또 하나는 도대체 생명(살림)운동이나 환경(공동체)운동은 그것이 그것 같은데, 어떻게 서로 다른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두 질문은 당연히 있어야 할 질문이고, 또 조직 내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 토론하여 잘 정리하고 합의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운동에서 중요한 것은 이론과 실천, 운동과 생활이 하나 되는 것입니다. 잘못된 운동은 하나를 강조하고 하나를 상대적으로 경시합니다. 이론은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가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찾는 중요한 지적 작업이며 그 산물입니다.
실천은 우리가 선택한 길과 방법이 현실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것이기에 이론과 실천은 둘 다 소중한 것이고, 좋은 운동은 둘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로 풍성하게 합니다.
먼저 근면·자조·협동과 생명·평화·공경운동에 대한 저의 견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970년대, 우리는 ‘잘 살아보세’라는 목표 아래,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기본 정신으로 근면·자조·협동을 강조하였습니다. 많은 국민은 이런 목표와 기본정신을 받아들여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국민적,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새마을운동 초창기는 우리나라가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있었고, 대다수 국민은 좌절감이나 숙명론에 젖어 있었지요. 절대가난에서 벗어나 ‘우리도 잘살아보세’라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부지런히 일하고(근면), 스스로 일하고(자조), 함께 일해야(협동) 했습니다.
근면·자조·협동은 잘 살아 보세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정신이 되고, 기본 동력이 되고, 기본자세가 되어 새마을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근면·자조·협동이 목표 자체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어쨌든, 근면·자조·협동은 우리를 절대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커다란 동력이 되고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오늘날 생명·평화·공경운동으로 새로운 문명사회를 이룩해야만 하는 우리 운동의 목표와 근면·자조·협동은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일까요?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올바른 운동은 그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실천 행위’입니다.
1970년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절대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지금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종의 대절멸 같은 ‘생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입니다.
생명의 위기를 이겨내면서 새로운 사회(=생명사회=생명가치가 중심이 되는 사회) 새로운 문명(식물문명→광물문명→생물문명=생명의 문명)을 이룩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 운동의 목표와 과제입니다. 과거는 가난에서 벗어나자는 일념이었지만, 지금은 살아남아서 새로운 세상, 새로운 문명을 만들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절실성과 긴박성이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생명사회, 생명의 문명을 지향하고 이룩하려면 우리 운동이 기조로 삼은 것은 참여, 봉사, 대안입니다. 지역, 국가, 지구 문제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해야 합니다. 1%의 거대 자본, 0.1%의 초 거대자본이 망가뜨린 사회와 자연의 어려운 이들을 보살피고 함께 가야 합니다.
권력이나 자본의 정책이나 청사진에 대해 습관성 맹종이나 반대를 넘어 문제의 본질과 지엽을 꿰뚫어보고 그것을 해결하는 대안을 찾고 실천해야만 합니다.
그런 목표와 기조 아래 생명살림, 평화나눔, 공경문화, 지구촌공동체 활동과제를 수행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무엇으로 정립돼야 할까요? 그것이 바로 근면·자조·협동입니다.
스스로(자조), 함께(협동) 열심히 일해야(근면) 하는 것이지요. 요약하면 생명·평화·공경운동은 목표이고, 근면·자조·협동은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입니다.
둘째, 환경운동과 생명운동에 대해서입니다. 한 마디로 환경운동은 사람을 중심 또는 우월한 지위에 놓고, 다른 것은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생명운동은 사람과 모든 생명체(=유기체)가 서로 연결된 커다란 공동체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전자는 주체와 객체, 부분과 전체를 요소별로 따로 떼어내 분석하고 대응합니다.
생명운동도 이를 꿰어 보고, 함께 보고, 종합적으로 대응합니다. 환경은 망가질 수도 있고 파괴될 수도 있지요, 상대적이지요. 생명은 그 자체가 완결된 가치이기에 절대적입니다. 생명가치는 그 어느 것하고도 바꿀 수 없는 절대가치입니다.
돈이냐? 생명이냐? 당연히 생명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명가치가 돈이란 상대가치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회원 여러분, 독자 여러분! 생명살림운동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는 사람생명과 뭇 생명을 함께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우리 모두 생명·평화·공경운동으로 새로운 문명사회를 이룩하도록 대전환의 보람찬 길로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