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수백 명의 청소년이 정부의 즉각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결석시위를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벌였다. 9월 20일부터 27일까지는 전 세계 기후파업 주간이었다.전 세계 시민이 ‘기후파업’에 동참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국내에서 청소년들의 결석시위가 열린 지난달 27일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및 유엔 기후 주간의 마지막 날로,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청소년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결석시위에 동참했다.청소년 환경단체 ‘청소년 기후행동’은 지난 3월과 5월에 이어 세 번째 결석시위를 펼쳤다. 5백여 명의 청소년들이 광화문에 모인 이번 결석시위는 운동회라는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의 적극적인 기후행동 촉구를 목적으로, 협동을 통해 지구온도를 낮춘다는 의미를 담았다. 청소년들은 지구를 살리자는 뜻을 담아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석탄 공격을 피하는 피구와 박 터트리기, 협동 제기차기 등 게임을 통해 기후변화가 해결되는 상황을 꾸며 지구 기온상승이 1.5도 이내에 머무르는 장면을 연출했다. 영정 사진 대신 거울을 놓고 장례식장 모습을 연출해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이 사진 속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이 행사를 기획한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인 용인외대부고 1학년 김도현(16)양은 “우리의 삶과 미래가 기후변화 때문에 위협받고 있고, 특히 청소년들은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한 세대”라며 “기후대응을 촉구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친숙한 운동회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청소년 기후행동은 ‘청소년이 평가한 기후위기대응 성적표’를 발표하면서 “무책임한 기후 정책으로 학교에 있어야 할 청소년을 거리로 내몰았다”고 정부에 ‘무책임 끝판 왕 상’을 수여했다. 그들은 정부의 탄소배출 감소 정책은 구체성이 없고, 명확한 의지와 적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결석시위를 마친 청소년들은 북소리에 맞춰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하고 청와대에 성적표, 상장, 요구 사항을 담은 ‘기후통신문’을 전달했다. 요구 사항은 2020년까지 국내외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백지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 및 ‘탄소 제로’ 달성, 정부 차원의 기후위기 선언, 청소년 기후행동과의 공식면담 등 총 5가지이다.이번 시위에 참여한 한국외국인학교 도유라 양은 “만약 정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을 미룬다면 결말은 인간 멸종, 지구 멸망”이라며 “미래의 아이들이 먼저라고 여기고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툰베리에서 시작된 청소년 기후행동결석시위는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해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며 매주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시작됐다. 툰베리의 1인 시위를 본 독일과 영국, 프랑스, 호주, 일본 등 1백30여 개국의 청소년 1백60만 명이 동참하면서 금요일마다 기후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운동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로 발전했다. 그레타 툰베리와 그가 이끄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은 지난달 16일 국제앰네스티 양심대사상을 수상했다. 또 툰베리는 올해 최연소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라 있다. 영국 <가디언>지를 비롯해 해외 언론은 기후변화라는 중립적 용어 대신 ‘기후위기’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툰베리를 비롯해 청소년들이 지구 온난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들을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가장 오래 살아갈 당사자이자, 기후위기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그레타 툰베리는 “당신들은 내 어린 시절과 내 꿈을 앗아갔다”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기후변화의 책임을 물었다.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약 1°C 상승했고, 이 속도로 온난화가 지속되면 2030~2052년 사이에 1.5도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여름 유럽과 인도 등에서는 40~50도 폭염이 계속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2014 기후변화 종합 보고서’를 보면 지구온도 2도가 올라갈 경우, 폭염, 폭우, 산사태, 가뭄, 해수면 상승 등으로 사람과 생태계에 큰 재앙이 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자원은 크게 줄어 빈곤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큰 타격이 가해질 것이다.IPCC는 지난해 10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각 나라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00% 이행하더라도 지구 온도를 1.5도로 제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금부터 2030까지 예상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5%를 감축해야 한다. 곧 성인이 될 청소년들에게는 탄소배출 ‘권리’가 없다. 배출을 억제해야 하는 ‘의무’만 지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각종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최근 3년간 감소세였던 탄소배출량이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1.7%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4위를 기록했다. 35개 회원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집계된 26개 국가 중 미국과 일본, 독일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이다.(영국에너지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 ‘세계에너지 통계보고서’) 전년도 대비 2.2% 늘어났으며, 2007년보다 24.6% 급증했다. 최근 20여 년간 우리나라의 탄소배출 증가속도는 OECD회원국 중 가장 빠르다.툰베리를 비롯해 전 세계 청소년, 그리고 광화문에 모인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방관, 타협, 무책임뿐인 어른들을 향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절박함, 사회를 향해 어떤 목소리든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들을 교실과 학교가 아닌 거리로, 광장으로, 시위 속으로 내모는 것이다.
안희선 기자 dream@saemau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