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자연재해 2배 증가
지난 12일 유엔은 20년 동안 자연재해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그 주된 원인이 기후변화라고 꼽았다.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은 보고서에서 2000~2019년 주요 자연재해가 7천3백48건 발생해 1백23만 명이 숨지고 42억 명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피해액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약 2조9천7백억 달러, 한화 약 3천4백15조5천억 원에 달한다. 1980년부터 1999년 발생한 자연재해 건수, 4천2백12건과 비교해 거의 두 배 늘어난 것이다. 유엔보고서는 홍수와 가뭄, 폭풍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 상황을 포함한 기후 관련 재해가 매우 증가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후관련 재해는 같은 기간 3천5백56건에서 6천6백81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 자연재해가 최근 20년 동안 아시아에서 3천68건이 발생해 가장 많았고, 아메리카 1천7백56건과 아프리카 1천1백92건 등이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는 중국과 미국이 각각 5백77건, 4백67건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지구 온난화가 현재 속도로 지속된다면 2030년과 2052년 사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1.5도가량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여러 지역적인 기후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평가되는데, 여기에는 많은 지역에서 극한 기온의 온난화, 일부 지역에서 호우 빈도와 강도의 증가, 일부 지역에서 가뭄 강도 또는 빈도의 증가 발생이 포함된다.”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지난겨울 13년 만에 처음으로 한강이 얼지 않았다. 겨울에는 이상고온이, 봄에는 이상고온과 이상저온이 동시에 나타났다. 폭염이 예고됐던 이번 여름에는 예상치 못한 폭우가 발생했다. 54일 역대 최장기간, 역대 두 번째로 비의 양(6백86.9mm)이 많았던 장마였다.
이상 현상으로 나타나는 기후변화는 더는 다른 나라,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CUN)이 위기 종으로 지정한 구상나무는 한국이 자생지이지만 이미 국내에서는 멸종위기종이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구상나무가 멸종된다고 해서 당장 사람에게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구상나무의 멸종을 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식물을 비롯해 자연생물종의 변화는 수천, 수백 년에 걸쳐 일어나는데, 현재의 변화는 인간에 의해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인위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가 한 종의 멸종으로 끝날지, 생태계 전반에 어떻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다만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지구는 폭염, 폭우, 가뭄, 화재 등 일상생활에 구체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바로 당장 행동과 실천에 나서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생명살림국민운동이 해답
기후위기와 생명의 위기 속에서 새마을운동신문은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짚어보는 기획연재를 담았다. 지난 4월 ‘아이들의 빼앗긴 미래’를 시작으로, 1부 지구의 위기에서는 공기, 물, 토양의 오염과 실태를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아봤다. 2부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으로 분리배출, 새 활용, 그리고 에너지, 비닐, 플라스틱 줄이기 등 자원에 관해 살펴봤다. 마지막 3부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적정기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망을 다뤘다.
연재를 마무리하는 이 순간에도 기후위기는 지구 곳곳에서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늘(태양), 땅(유기농), 사람(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하나가 돼 (구체적으로, 아주 현실적으로) 하늘을 살리고, 땅을 살리고, 뭇 생명을 살리는 실천이 바로 생명살림국민운동이다.
운동은 그 시대 가장 절실한 것을 해결하는 것으로, 스스로 조건과 힘에 맞게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위기와 생명의 위기이다. 새마을운동은 환경을 넘어 생명으로, 평등을 넘어 평화로, 인권을 넘어 공경으로 대전환해 국민의 10%인 5백만과 함께 생명살림운동으로 거듭나고 있다. 정성헌 중앙회장은 “우리가 노력하고 실천하면 생명력은 복원될 것이다. 스스로 실망하지 않고 끈질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힘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라며 실천을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hjlee@saemaul.or.kr [기획연재를 마무리하며]생명살림국민운동으로 기후위기를 이길 수 있다
이명식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총장
절박한 지구의 경고, 공기, 물, 땅이 죽어가고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숨 쉬는 공기, 매일 마시는 물, 그리고 모든 생명체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이 땅이 죽어가고 있다. 지구는 지금 보다 더 뜨거워지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올 것이란 마지막 경고를 우리 모두에게 보내고 있다. 이제라도 이 경고에 귀를 기울이고 지금 당장 전 세계가 불을 줄여서 지구가 더 뜨거워지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머잖아 ‘제6차 종의 대절멸’이란 참혹한 현실이 닥쳐올 수도 있을 것이라 진단하는 과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한반도는 2040년대 중반이 지나면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 사람이 살기 어려운 조건에 놓일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이러한 기후파탄의 피해를 가장 고통스럽게 겪게 될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을 가져온 책임과 무관한 미래세대가 될 것이란 점이다. 이미 전 세계의 의식 있는 청소년들은 당면한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UN과 각국의 정치지도자 그리고 기성세대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이후에 대한 대비책의 목적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세계 7위의 탄소 배출국이 된 우리 현실에서 정부와 기업의 투자와 노력만으로 충분한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일한 해법, 모든 국민이 생명살림에 나서는 것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지난 6월 25일, 새마을운동 제창 50주년을 맞아 향후 3년간 생명살림국민운동을 펼쳐 나갈 것을 선포했다. 지금 새마을운동의 각 부문과 지역조직에서는 생명살림운동의 구체적 실천을 위한 결의를 다지는 한편, 이미 행동으로 나서고 있다. 생명살림운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실천은 나부터, 우리 집부터, 내가 몸담은 내 직장, 내 마을부터 불(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지금 이 거대한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나 한 사람이 불을 줄인다고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무력감과 낭패감에 사로잡힐 수 있겠지만, 나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남만 바라본다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 점의 불꽃이 광야를 태울 수 있듯이 내가 시작한 작은 실천이 기후위기 극복의 출발이 될 것이란 확신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나부터 비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배출을 억제하는 것이 지구와 생명을 살리는 첫걸음이다.
수입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 또한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일 뿐 아니라 우리 밥상을 건강하게 바꾸는 실천일 것이다. 이렇게 개개인이 3감(減)〈화석에너지, 비닐·플라스틱, 수입육고기〉운동의 실천을 바탕으로 2021년에는 2식(植)〈나무, 양삼(케나프)〉운동에 새마을운동 조직들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올해 부산 사하구 장림천, 경남 함안, 울산 태화강변 등 여러 지역에서 양삼(케나프)심기를 통해 주변 공기가 맑아지고 하천에서 악취가 사라지는 등 생태환경이 살아나는 구체적 체험을 한 곳이 많아서 내년에는 더욱 많은 지역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운동이 먼저 제창을 했지만 이미 각계각층의 많은 시민사회와 지방정부, 교육청 등에서 호응하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할 것이라 보인다, 앞으로 3년, 연 인원 5백만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것은, 우리 인구의 10%가 이 운동에 호응하고 동참한다면 나라가 바뀔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백여 년 전, 1919년 3·1만세운동 당시 이미 국권을 일제에 강탈당한 상태였지만 당시 국민의 10%에 해당하는 2백만 명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만세운동에 나섬으로써 우리는 세계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고, 아시아 여러 나라의 모범이 되었으며 그 저력을 바탕으로 기어코 해방을 쟁취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5백만 국민의 뜻과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죽어가는 공기, 물, 땅을 되살리고 기후위기, 생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단합된 국민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 온 것이 우리의 역사
5백만 국민이 단합하면 정부도 바뀌고, 기업도 함께할 것이다. 나아가 전 세계에서 우리가 기후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세계가 부러워하는 모범적 방역을 실천한 바 있다.
그 핵심에 단합된 국민의 힘이 있었단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바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란 옛 어른들의 지혜를 받들어 우리가 당장 생명살림운동의 실천에 나선다면 이 엄정하고 절박한 기후위기를 완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더는 우리 미래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