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담 사이사이로 비추는 제주의 햇살평대리 일출, 감수굴 밭담길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영화 속 주인공 대사처럼 우리는 떠오르는 해를 보며 어제는 잊고, 새로운 오늘을 살아간다. 제주 동쪽의 평대리는 일출을 만나기 좋은 포인트. 어둠을 밀어내고 솟아오르는 붉은 빛이 평대리 앞바다를 물들이며, 마침내 세상에 빛의 생기를 뿌린다. 따스한 아침햇살이 비추는 이때가 산책하기 좋은 타이밍. 감수굴 밭담길로 향할 차례다. 밭담길로 이어지는 산책 코스를 걸으며 상쾌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셔 보자. 밭담의 돌들이 얼기설기 물려있고, 틈새가 있어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의지하며 살아온 제주민을 닮아서일까. 밭담은 투박하지만 정겹다. 가을 아침, 평대리 밭담 사이사이로 제주 햇살과 풍광을 만끽해보라. 제주민의 삶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위치 :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 감수굴 밭담길 :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중동마을회관(시작점)
현세와 천국을 넘나드는 곳효명사 ‘천국의 문’
우거진 숲, 얼기설기 엮인 나뭇잎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내린다. 그 아래로 드러나는 초록의 이끼들. 숲의 정령이 노니는 파란 카펫이 한라산 중턱, 작은 사찰 효명사 주위 곳곳에 깔려있다. 큰 도로를 벗어나 우거진 숲 속에 자리한 효명사 산신각을 지나 법당 옆길 계단을 내려가면 푸른 이끼가 덮인 아치형 문을 만날 수 있다. 돌계단부터 문 주위까지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한 문을 넘어서면 이곳이 현실일까, 천국일까 묘한 분위기가 밀려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문을 ‘천국의 문 또는 이끼문’이라 부른다. 아직은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장소. 뿐만 아니라 효명사 마당 작은 연못과 산책로 주변 계곡이 아기자기해 숨은 한라산의 자연을 만날 수 있다. 현실인 듯 천국인 듯, 나인 듯 내가 아닌 듯. 묘하고 신비로운 경험이 효명사, 그 곳에 있다.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516로 815-41
조금 일찍 만나는 감귤의 향기귤향과즐 체험
입맛이 슬슬 돌아오는 이때, 찬바람 부는 겨울 국민 간식, 새콤달콤 감귤이 생각난다. 허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에 좋은 방법이 있다. 귤향과즐 체험으로 조금 일찍 귤향을 손과 맛으로 직접 느껴볼 수 있다. ‘과즐’은 제주식 한과라 할 수 있는데 예전의 과즐은 보릿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기고, 달달한 조청을 발라 좁쌀튀밥 옷을 입혀 만들었다. 최근에는 튀김 반죽에 감귤과즙을 넣어 그 맛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다. 과즐은 달지 않아 질리지 않는 건강한 맛으로 관광객 입맛을 사로잡아, 제2의 제주특산물로 부상 중이다. 귤향과즐을 제조․판매하는 신효생활개선회와 하효살롱에서는 ‘귤향과즐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특히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하는 제주 귤향과즐 만들기로 건강한 간식을 직접 만들어 보자.
위치 : 신효베스트마을(신효생활개선회) : 서귀포시 신효동 890-2 하효살롱 : 서귀포시 하효동 967-1 귤빛으로 방귤당
가을을 머금은 찰나의 풍광을 보라문도지오름
높디높은 하늘과 울창한 숲으로 태양이 내려오는 가을이야 말로 저무는 노을을 감상하기에 알맞은 계절. 가을 노을빛은 심도가 더해져 여름보다 진하다. 가을이 머무는 제주를 사방이 뻥 뚫린 곳에서 온 몸으로 느끼며, 일몰을 보고 싶다면 제주시 저지리 문도지오름으로 향해보라. 올레 14-1코스가 지나가는 이 오름은 정상까지 15분이면 충분하다. 고도가 낮은 오름이지만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 시야가 시원하게 뚫려 돌오름, 당오름, 마중오름 등이 한눈에 보이고 발 아래로는 저지곶자왈이 펼쳐진다. 일몰시간. 여유롭게 풀 뜯는 말들 사이로 하늘은 발그스름 물들기 시작하고, 오름 아래 곶자왈이 붉은 해를 감싸 안는듯 노을은 더욱 눈이 부시다. 360도 다채로운 풍광을 보여주는 문도지오름에 올라 인생샷을 남겨보자.
위치 :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박하고 소담스런 소금꽃이 피었습니다오라메밀꽃밭
9월 제주에는 때 이른 첫 눈이 내려앉았다. 가을 햇볕을 듬뿍 받고 흐드러지게 핀 새하얀 메밀꽃이 제주시 오라동 들판을 가득 채워서다. 넓은 언덕 들판에 핀 소박하고 소담스런 꽃들이 제주의 파도가 만들어낸 하얀 물거품처럼 가을바람에 물결친다. 그래서 바닷가 어부들은 파도가 일었을 때 부서지는 포말을 ‘메밀꽃이 일다’고 하고, 작가 이효석은 <메밀꽃 필 무렵>에서 달빛 아래 빛나는 희고 작은 메밀꽃을 ‘소금 뿌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제주는 전국 최대 메밀 산지다. 척박한 제주 땅에서도 잘 자라고 제주토속음식인 빙떡이나 꿩메밀 칼국수에도 메밀가루가 사용된다. 특히 오라동 메밀밭은 30만평 규모로 전국에서 가장 넓어 장관이다. 메밀꽃밭에 파묻혀 연인과 함께 메밀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의 미소가 담긴 사진 한 컷 남겨보는 건 어떨까.
위치 : 제주시 오라2동
그의 삶이 빛났던 제주살이를 기억하며이중섭의 예술혼
불과 11개월. 격변의 시대 속에서 화가 이중섭이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냈던 서귀포 생활은 이토록 짧게 막을 내렸다. 단칸방에서 맨밥으로 허기를 달랬어도, 그는 행복한 기억만 가득했다고 회상했다. 이 시기 이중섭의 그림은 섬, 게, 물고기, 아이들을 소재로 따듯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담겨있다. 서귀포는 그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이중섭 문화거리를 조성하고, 그의 거주지 복원과 이중섭 미술관을 건립했다. 이중섭 미술관에서는 ‘소, 사랑하는 모든 것’ 특별기획전이 10월 7일까지 열리고,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 창작오페라 ‘이중섭’ 공연이 9월 6∼8일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9월 제주여행은 이중섭 관련 문화공연과 전시를 통해 그가 제주에서 꽃피운 예술적 삶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위치 : 서귀포시 서귀동 이중섭 문화거리
<자료제공 : 제주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