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미꾸라지 양어장' 대표이사 박석준
알아가는 기쁨
그는 미꾸라지 양식을 많이 하는 전북 김제, 군산, 고창 지역의 미꾸라지 양어장을 찾아가 견학을 하고 자문도 받았다. 또 수산관련 전문기관에서 진행하는 내수면 양식교육도 빼놓지 않았다. 그 결과 노지 양식은 양식 생물의 생태에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 것, 즉 물 만들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가 노지 990㎡(300평)를 마련해 미꾸라지 양식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이다. 그는 그동안 받은 교육과 견학하며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미꾸라지 생태를 세밀히 관찰하며 양식장관리에 온 힘을 기울였다. 미꾸라지 양식의 적정수온은 섭씨 25도에서 28도로 이때가 먹이활동이 가장 왕성하다. 미꾸라지는 장으로 호흡하며, 동면 때는 아가미로 숨을 쉰다는 것을 알았다.또한, 미꾸라지는 6개의 수염 중 1개만 없어져도 죽는다는 사실, 미꾸라지는 점액질이 많아 양어가 쉽지 않다는 것,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점액질이 많이 나와 잘 대처해야 하고 입식 후 보름 무렵 폐사가 가장 많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노력한 만큼 양식기술도 하루하루 늘어갔다.
노지에서 시작한 미꾸라지 양식
그 무렵 전라남도가 침체된 내수면 양식어업을 육성하기 위해 웰빙 보양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미꾸라지를 지역 전략 품종으로 선정, 함평군의 친환경을 이용한 ‘함평 미꾸라지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벌였다.특화사업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년에 걸쳐 계속되었고, 함평 관내 24명이 이 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자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한 번의 사업실패로 인해 꼭 성공해야 한다는 간절함도 있었지만 특유의 끈질긴 집념과 굳은 의지가 있었다.박 씨의 양식장 규모는 1만 1,550㎡까지 늘어났다. 그만큼 생산량도 늘어나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매출을 1억여 원까지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늘어난 규모에 비해 소득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어장이 커지면서 어장관리에 많은 사람이 필요해 인건비 지출이 컸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산 민물장어에서 발견됐다는 발암물질 말라카이트 그린 파동으로 출하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또한, 노지어장이 넓어 미꾸라지 천적 퇴치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너구리와 황새, 청둥오리 등 철새들이 날아오면 하룻밤 사이에 양식장은 쑥대밭이 되어버렸으며, 새 방지 그물을 쳐도 큰 효과가 없었다.
순환여과시스템 도입
박 씨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순환여과시스템 양식을 생각했다. 내수면연구소에서 교육받을 때 봤던 민물장어 순환여과식시스템 양식시설을 기억하고 머릿속으로 설계도를 그렸다. 가정 사정으로 졸업은 못했지만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다닐 때 배운 지식이 한 몫을 한 것이다. 2009년, 3억 5,000만 원을 들여 660㎡규모의 순환여과시스템 양식시설을 만들었다. 직경 4m의 원형 사육수조 20개, 가로 7m, 세로 4m의 사각 사육수조 2개에 찌꺼기를 걸러내는 드럼스크린, 맑은 물 공급 장치, 저수탱크 등을 설치했다.순환여과시스템은 양식 생물의 대사와 성장과정에서 나오는 노폐물로 오염된 물을 정화 처리해 계속 사용하는 양식방법이다. 시설비가 많이 들고 전력 소비가 많지만, 그 보다 장점이 더 많다. 우선 적은 인원으로 양식시설을 관리할 수 있어 가족단위 양식도 가능하다. 실제 천지양어장은 박석준 씨 부부 두 사람이 양어장 관리를 다 하고 있다. 박 씨가 농사일에 매달리면 양어장 관리는 부인 김광순(65) 씨 혼자 하게 된다. 순환여과시스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순환여과시스템 양식은 단위면적당 고밀도 사육이 가능하고, 사료의 허실이 없으며 성장속도도 노지에 비해 1.5배 정도 빠르다. 뿐만 아니라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천적의 접근을 막고 최상의 수질로 기르기 때문에 어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입식 3개월 만에 출하 가능
미꾸라지 치어는 중국산을 사용한다. 중국산 수입 치어는 체장 10g 미만이 마리당 50원 내외, 이에 비해 국내산은 200원에 달한다. 원가에서부터 큰 차이가 난다. 직접 부화를 해도 역시 채산이 맞지 않았다.양식은 3월 말부터 시작해 12월까지 하고 1월부터 3월 초 까지는 쉰다. 어병이 있을 때는 입식을 중단하기도 한다. 치어 상태가 좋지 않으면 무리하게 입식을 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쉬는 것도 좋은 양식법 중 하나라고 한다. 경험으로 터득한 귀중한 노하우다.미꾸라지는 치어 입식 후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체중이 15g 전후가 돼 출하가 가능해진다. 미꾸라지 가격은 1kg당 12,500원~13,000원 선으로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편이다. 2016년 4억 3,000만 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미꾸라지 양식의 장점은 자금회전이 빠르다는 것이다. 미꾸라지는 주로 원양어선의 미끼용, 동물원 사료용, 갈치 낚시미끼용, 홈쇼핑 업체 등으로 많이 소비된다.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추어탕용 소비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10년 넘게 미꾸라지 양식 한 우물만 파온 박석준 씨. 그래서 ‘미꾸라지 박사’라는 칭호를 듣는 그는 스스로 터득한 양식기술을 나누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양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사람이 10년 연구해야 할 문제를 10명이 연구하면 일 년 이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반문한다. 천지양어장 일부를 국립수산과학원 내수면양식연구센터 실험장으로 6년간 내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도 타지에서 미꾸라지 양식에 대해 문의가 오면 언제나 자세하게 자문을 해준다.
신지식 습득 게을리 하지 않아
박석준 씨는 순환여과시스템 양식에 대해 노후를 위한 투자로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공기 좋은 시골에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미꾸라지 양식을 하면서 자신의 논 6,600㎡를 포함해서 동네 논 9만 9,000㎡을 경작하고 있다. 몸과 마음의 여유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순환여과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박 씨는 495㎡ 규모로 노지 양식을 따로 하고 있다. 연구와 실험을 겸한 양식이기도 하지만 노지에서 생산된 미꾸라지를 찾는 중간 도매상들이 있기 때문이다. 햇볕을 받고 뻘 냄새를 맡으며 흙속에서 크는 미꾸라지는 자연 속에서 모질게 자라 병충해가 없고 고기 살이 단단하며 쫄깃하다.박 씨는 양식업과 관련한 기술과 새로운 지식 습득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전남대 여수캠퍼스와 조선대 완도 캠퍼스에서 최고경영자 과정(2년), 한국수산벤처대학 4기 경영장과정, 함평군 농업대학 유기농업과정까지 밟았다. 교육과정에서 알게 된 교수, 동기들과 양식기술을 공유하고 더욱 개선해 나가고 있다.
<자료제공 : 귀어귀촌종합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