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호우로 피해만 1조2585억 원
연평균 인명피해 14명 → 46명
산사태 6175건 발생…역대 3번째
2020년 한 해 한반도의 기후위기는 한층 더 심각했고, 더욱더 뚜렷했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인한 재산피해는 1조258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연평균 피해액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기상청은 1월 29일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환경부 등 총 24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2020년 발생한 우리나라 이상기후 현황과 사회적 영향을 집대성해 ‘2020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다.
2020년에 발생한 장마(집중호우)와 이상기온, 태풍 등의 이상기후 발생 원인과 농업, 해양수산, 산림, 환경(기상), 건강, 국토교통, 산업‧에너지, 재난안전 등 총 8개 분야의 피해 현황이 담긴 보고서는 지난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기후위기가 시작됐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장기간 장마, 집중호우, 태풍
2020년 우리나라는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긴 장마철(중부기준 54일)과 함께 8~9월의 연이은 태풍 영향(4개), 여름‧겨울철의 이례적인 이상기온 발생 등으로 사회‧경제적 손해를 입었다.
태풍과 호우로 인한 재산피해는 1조2585억 원으로 연평균 3883억 원의 약 3배를 기록했다. 46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해 연평균 14명보다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산사태 역시 6175건(1343㏊)이 발생해 1976년 이후 역대 3번째로 많았다. 농작물 수확기에 침수, 낙과 등으로 인해 2019년(7만4165㏊)보다 큰 피해(12만3930㏊)가 발생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29만4818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는데 2019년 태풍 ‘링링’(16만1646가구)의 2배 가까운 피해였다.
월별로 살펴보는 2020년 이상기후
기상 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1월
1월 전국 최고기온 7.7도, 평균기온 2.8도, 최저기온 -1.1도로 평년보다 매우 높아 1973년 이후 모두 상위 1을 기록했다. (전국 평년기온: 최고기온 4.3도, 평균기온 -1.0도, 최저기온 –5.6도)
따뜻한 기온의 영향으로 해충의 월동란이 폐사하지 않아 여름철 혐오곤충(대벌레, 매미나방 등)이 많이 발생했다. 특히 매미나방으로 인해 대규모 산림이 붉게 변색하는 등 6183㏊(전국 10개 시도)에서 식엽 손해를 입었다. 지리산 북상산개구리의 첫 산란일도 2019년 보다 27일 빨랐으며, 관측 이래 1월 산란은 처음이었다.
기온이 높아 눈보다는 비가 주로 내려 적설 하위 1위를 기록했으며, 한파 일수도 0일로 역시 하위 1위였다.
쌀쌀하고 강풍이 많았던 4월
쌀쌀한 날이 많았던 4월의 평균기온은 10.9도, 최저기온은 4.7도로 평년보다 낮았으며, 1973년 이후 모두 하위 5위를 기록했다.(전국 평년기온: 평균기온 12.2도, 최저기온 7.0도)
중순에는 제주도 산간에 많은 눈이 내렸고, 4월 22일에는 서울에 진눈깨비가 내려 1907년 기상관측 이후 4월 하순에 가장 늦은 봄눈을 기록했다.
변동폭이 큰 여름철 6~8월
6월 초부터 이른 폭염이 나타나 한 달간 지속하면서 전국 폭염일수(2.0일)와 평균기온(22.8도)이 1973년 이후 상위 1위를 기록했다. 반면 7월(22.7도)은 긴 장마로 인해 기온이 오르지 않아 6월 평균기온보다 낮은 기온 역전 현상이 처음 나타나 하위 5위를 차지했다.
8월 중순 이후부터는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져 상위 6위를 기록해 2020년 여름철 월별 기온 변동폭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주기적인 기온 변화와 건조했던 10월
10월 전국 평균기온(14.0도)은 평년수준(14.3도)이었지만 전국 강수량이 10.5㎜, 강수일수 2.6일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적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인천이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10월 23일과 24일에는 기온이 전국적으로 크게 떨어져 서울과 안동 등 내륙지역에 첫서리와 첫얼음이 관측됐다. 서울의 첫서리와 첫얼음은 2019년보다 3일과 15일, 평년보다 2일과 6일 더 빨리 시작됐다.
기온과 강수량 변동이 컸던 11월
11월 중순 전국 평균기온(8.8도)은 평년(7.6도)보다 높았다. 19일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서울은 11월 일 강수량 상위 1위(86.9㎜)를 경신했다.
2020년 첫눈은 11월 3일 백령도를 시작으로 28~29일 인천, 수원 등에서 관측됐으며, 백령도는 작년보다 15일 빨랐고 인천과 수원은 11일 늦게 기록됐다.
전 지구 이상기후 발생
전 지구의 평균기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상기후 현상도 빈번히 발생하고, 매년 사회‧경제적으로 큰 손실과 인명피해도 늘고 있다.
지난 1월 14일 세계기상기구(WMO)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는 냉각 효과를 갖는 라니냐 현상이 있었음에도 이례적으로 따뜻한 해였다. 전 지구 평균기온은 14.9도였으며, 산업화 이전(1850~1900년)대비 1.2(±0.1)도 높아 2016년과 동일하게 상위 1위를 기록했다. 최근 6년(2015~2020년)과 비교해도 2020년이 가장 따뜻한 해였음을 알 수 있다.
이현주 기자 hjlee@saeamu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