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 열풍이 거세다. 잘 모르면 대화에 끼지도 못할 정도다. ‘포켓몬’으로 유명한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와 미국 기업인 나이앤틱이 출시한 모바일 게임이라는 대목은 쉽게 이해된다.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 화면에 실제 주변 영상과 함께 가상의 포캣몬스터를 등장시킨다. 실제 공간과 가상의 객체를 결합시킨 ‘현실+가상’인 셈이다.‘포켓몬 고’는 지난 6일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닌텐도 주가는 4일새 60%나 뛰었다. 증시에서는 이미 ‘대박 게임’임을 인정한 거다. 게임이 출시된 국가는 등장 이후 10여 일 사이 35개로 늘었다. 국내에서 유명세를 탄 것은 강원도 속초에서 ‘포켓몬 고’ 게임이 가능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전자제품이나 게임이 나오면 먼저 사용해 보려고 하는 얼리 어댑터들이 ‘속초 순례’ 장사진을 이뤘고, 세간의 관심도 급속하게 확산됐다. 모바일시장 조사업체 추정에 따르면 16일 현재 국내에서 이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은 1백만 명을 넘어섰다. 제품이 아직 출시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다양한 화제성 얘기들이 쏟아지면서 성공 신화를 더욱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 ‘포켓몬 고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10가지’ ‘포켓몬 고 마스터가 될 수 있는 비법 10가지’ ‘포켓몬 고가 성공한 5대 비결’ ‘성공 뒤에 한국계 디자이너가 있었다’ ‘중국 네티즌, 중국 공격 위한 미국과 일본의 트로이 목마’ 등등…. ‘기술 개발보다 상업화가 중요’ ‘기술 있어도 한국형 포켓몬 고 어려운 이유’ 등 분석보고서도 적지 않다.꼼꼼히 챙겨 볼수록 개운치 않은 느낌이 스멀스멀 찾아온다. 이렇게 인기몰이 중인데 제품은 왜 아직도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았을까. 한국 시장의 규제에 발목이 잡혔나? 기존에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유는 어느 정도 구체화된다. 이 게임은 ‘구글 지도’ 서비스를 통한 이용자 위치 파악이 전제된다. 그래야 이용자 위치에 맞는 증강 현실을 모바일에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상황에 적합한 게임을 내놓으려면 한국 정부로부터 지도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한반도의 대치 상황에 따른 군사적 이유 등으로 주지 않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속초 등에서는 어떻게 게임이 가능할까. 음모론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포켓몬 고’ 열풍 이후 온라인에서는 구글에 지도를 제공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추측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고정 사업장이 없으면 법인세 부과가 불가능한 한국법을 활용해 연간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매출에 합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한국 IT 업체 대표의 구글에 대한 비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켓몬 고’ 열풍의 이면에는 우려도 자리하고 있다. 정부가 여론에 밀려 ‘지도 제공 불허’라는 정책을 포기한다면 소비자 주권도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폴크스바겐 디젤차 사례는 한국 내 소비자 주권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환경을 오염시키는 차라는 한국 정부의 발표에도 폴크스바겐은 보상-리콜 방안을 내놓지 않고 오불관언이다. ‘디젤차=친환경적’이라는 등식에 밀려 한국 정부가 그동안 환경오염과 그와 관련한 소비자 주권에 관심을 덜 기울인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소비자주권의 강함과 약함은 정책뿐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 역할이 중요하다. 소비자가 현명하게 대응하는 것이 소비자주권을 강하게 만드는 첩경이다. ‘포켓몬 고(GO)’ 열풍은 증강 현실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화를 되돌아보게 하는 매우 중요한 실마리다. 동시에 소비자주권 ‘스톱(STOP)’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례다. 정부는 물론 소비자들이 폴크스바겐 사례를 타산지석 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