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4월 29일 이래 일주일 이상 10명 내외로 통제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감염자가 없어 정부 당국도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제하고 5월 6일부터는 생활방역 단계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해도 좋을 것 같다. 세계 여러 나라가 여전히 코로나19로 고통을 받는 가운데 한국의 성공 사례는 세계인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우리나라가 비교적 적은 희생으로 짧은 시일 내에 방역에 성공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는 것 같다. 관계 당국과 지자체의 선제적 대응, 잘 마련된 공공의료체계와 의료진들의 헌신 그리고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조밀하게 깔린 전산망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기대치 않았던 우연적 요소도 우리를 도와주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소 잦은 건강검진과 의사들의 과잉진료, 대형병원 선호 등은 평소 한국 의료 체계의 부정적 요소로 비판받아왔으나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집단 감염병을 신속하게 대처하는 데에는 적절하게 기능했다. 그러나 이번 방역 성공의 가장 핵심적 요인은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었다고 생각된다. ‘잘살아보세’를 외쳤던 새마을운동도 ‘나 하나’ 잘살고자 한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을 나아가 우리나라, 우리가 모두 잘살고자 염원하고 노력했던 운동이었다. 1997년의 국제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금 모으기’와 같은 애국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강조하는 근대국가 체제에서 애국심이란 숭고한 도덕이다. 이기심을 시장의 작동원리로 생각하는 자본주의 경제 구조에서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고자 하는 마음은 숭고하다.그러나 이러한 숭고한 마음이 자칫 변질될 수도 있다. 애국심이 자부심을 넘어 다른 민족이나 다른 나라에 대한 집단적 우월감으로 나타날 때이다. 우월감은 다른 국가나 민족을 배타적으로 대하거나 얕잡아보는 태도다. 이번 코로나19의 사태가 잘 보여주고 있듯이 오늘날 인류가 맞이하는 위협은 국경과 인종을 넘어서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국경이 없듯이 기후변화를 비롯한 생태계의 붕괴는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이다.생태적 관점에서 본다면 국경선은 모래 위에 그어진 금에 불과하다. 나라와 나라가 연결되어 있고, 하늘과 산이, 산과 강이, 강과 바다가 다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생명선은 다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19가 전 지구적 위협으로 등장한 가운데 지금 소위 강대국의 일부 지도자들은 이 위협을 민족주의나 자국우선주의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 국경을 강화하고 고립주의적 정책을 펴고자 한다. 자신들의 정치권력을 강화하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는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유례없는 협동과 인류적 유대가 필요하다. 정치인이 ‘국익’을 생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국익이 배타적이며 독점적 국익이어서는 안 된다. 지난 세기 많은 사람이 국익을 배타적이며 경쟁적인 이익으로 생각해 왔다. 그 결과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지속적 생존의 불확실성이다. 코로나19 이후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많은 사람이 진단하고 해법을 찾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서도 확실한 것은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우리에게 닥친 생태적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 연대·협동해야 한다. 생명, 평화, 공경의 새마을 정신은 이러한 전 지구적 차원의 자각과 협동의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제 새마을운동은 신음하는 지구를 살리는 새지구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