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이 화두다. 지난 11월 11일 제25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대통령은 장마와 태풍 등으로 노고를 겪은 농업인을 위로하고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밀 자급률 10%, 콩은 45%까지 높이고, 지역에서 생산-소비가 이뤄지는 안전한 식량 자급자족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국회에서도 지난 10월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난 10년간 전체 식량자급률이 10.4% 하락했으며, 곡물자급률 또한 작년 21%로 10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안정적인 곡물 생산과 판로 보장 대책을 마련해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민들 또한 11월 14일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코로나19 이후 21개국이 식량수출금지 조치를 단행했으며, 기후위기로 갈수록 농업 생산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식량자급 실현을 위해 정부가 실천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식량자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기후위기에 따른 각종 재해의 빈번한 발생으로 갈수록 식량 수급여건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국가 즉 범정부적 차원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2022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는 2022년 사료용 포함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27.3%로 설정하고 품목별로는 쌀 98.3%, 밀 9.9%, 콩 45.2% 등으로 자급률 목표치를 세워 두고 있다.
그러나 목표연도를 3년 앞둔 작년 현재 쌀 92.1%, 밀 0.7%, 콩 26.7%로 이마저도 올해는 기상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더 감소할 전망이다. 목표치 설정 자체는 수립 당시의 주요 곡물의 수급상황과 재배면적 등을 감안하여 현실적으로 수립된 것으로 보이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나 예산마련, 범부처 간의 공감대 형성과 실천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그저 계획으로만 머무르는 것이다.
식량안보 차원의 수단으로는 국내생산을 통한 자급과 비축을 통한 재고보유, 수입안정화 등이 있다. 그 중 가장 기본적인 수단은 국내생산을 통한 적정 자급률의 유지다.
자국의 농업자원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세계 식량문제의 해결에도 공헌하는 길이다. 비축과 수입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 등으로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국내 생산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일은 생산위주의 정책만으로 실현하기 어렵다. 생산에 조응한 시장의 반응, 즉 소비자인 국민의 선택이 이를 뒷받침할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 품목별로 식량자급률 목표치 설정을 법제화하여 이를 실현할 계획을 부처별로 구체화하고 추진상황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기본은 주요곡물과 축산 조사료 자급기반 확대를 위한 적정농지의 보전과 간척지 활용 등 우량농지의 확보, 국내의 안정적 수요 확보를 위한 국산농산물과 식품산업간 유기적 연계를 강화해 나가는 일이다.
식량자급을 실현하는 일은 농업을 영위하는 농민과 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우선적 책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농민과 주무부처의 노력만으로 식량자급을 실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관련 경제부처는 전반적인 생산과 소비의 진작을 위해,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건강을 위해, 국토부와 환경부는 생태환경보전을 위해, 교육부는 국민식생활교육 차원에서 식량자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함께 나서야 한다.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도 얼마든지 역할이 있다.
따라서 범부처가 참여하는 국가기구로서 가칭 ‘국가식량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설립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식량자급은 모든 국민을 위해 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국가적 책무로서 국민의 관심이 꼭 필요한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