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상에서 생존을 시작한 태고 때부터 자연계의 동물, 식물, 미생물, 세균 등 다양한 생물에 의존하여 살아왔다. 이와 같은 자연의 생물다양성은 인간 생존의 기반이고 생명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생존과 번영을 책임지는 안전망이다.
그러나 생물다양성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지구 곳곳에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 파괴와 단절, 급속한 기후변화 등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많은 생물이 이미 멸종됐고 지금도 멸종될 위기에 놓인 생물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생물다양성 손실로 이어져 ‘생명의 그물망’이 끊겨 나가 지구의 안전망이 훼손되고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짐으로써 인간 생존의 원천소재를 고갈시켜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나아가 생태계의 건강성을 해쳐 새로운 질병이나 바이러스를 발생시킴으로써 인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란 동물, 식물, 버섯, 세균, 곰팡이 등 종 다양성과 개체 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다양성, 그리고 그 종들이 살아가는 산지, 해양, 초지, 사막, 강, 하천, 습지 등 서식지(생태계) 다양성 등 생태적 복합체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지형과 지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지가 전체 국토의 64%를 차지하고, 습지, 하천, 3면의 바다, 3400여개의 섬 등 특이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어 국토 면적에 비해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2020년 현재 척추동물, 곤충, 식물 등 총 5만4428 종이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정확하게 산정하기가 쉽지 않지만 생물다양성이 인간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점에서 생태적 가치, 경제적 가치, 사회적 가치 등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관광-휴양자원 및 오염 정화자원으로서의 활용 가치가 큰 생태적 가치이다.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생태관광은 미국에서만 연간 약 천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지닌다는 보고가 있다. 뿐만 아니라 생태계는 세계 탄소 배출량의 60%를 흡수하는 등 인간에 의해 생긴 다양한 오염원을 흡수하고 정화하며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처를 제공한다.
둘째, 식품, 의약품, 화장품, 목재, 관상용 동․식물 등으로 활용 가능한 경제적 가치이다. 특히 생물을 이용한 의약품, 농산품, 종자 개량 등은 근래에 유전공학의 발달과 더불어 그 가치에 대한 인식이 크게 증대되고 있다.
셋째, 미학적·문화적 가치로 대변되는 사회적 가치이다. 이는 재화로 환산하기 어려우나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가치 있는 무형자산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 자연의 동식물로부터 영감을 얻어 문학, 미술, 음악 등 창작에 활용되고 있으며 곤충, 어류, 조류 등 다양한 동물을 모방해 생활에 필요한 도구나 신기술을 창출하고 있다.
이렇듯 막중한 생물다양성의 생태적, 경제적, 사회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생태계 파괴가 멈추지 않는 까닭은 생물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정보 부족과 그 가치를 재산권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경제발전과 생물다양성 보전은 서로 상생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1992년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이 채택되면서 생물다양성의 의미와 생태적,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져 생물다양성이 인류의 공동자산이라는 범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기후변화 완화에 필수 요소로서 인식이 높아지게 됐다. 지금 세계는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회복시키고자 생물다양성 협약 등 국제적으로 공동 대응하며 협력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감소와 기후변화 위기는 자연의 생물다양성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생물다양성 손실을 예방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일상생활에서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생물다양성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민·관·산·학 간 유기적 협력 체제 구축을 통해 생물의 서식지 보호, 기후변화 저감을 위한 시민행동, 과도한 이용 자제 등을 실천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복원해 미래세대에게 온전한 ‘생명의 그물망’의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어야 한다.
우리 인류의 생존은 인·자·공·생, 즉 ‘인간과 자연의 공존은 생물다양성에 있음을 명심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