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내곡동에는 ‘내 이웃은 내가 돌본다’를 외치는 ‘아름다운 동행 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 마을공동체’(이하 아름다운 동행 고·감·사 마을공동체)가 활동하고 있다. 내곡동은 행정구역상 서초구에 속하지만, 강남구 남쪽의 구룡산과 대모산, 경기 성남시와 나뉘는 인릉산 사이에 형성된 분지에 자리 잡은 전원마을이다. 대부분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최근에서야 보금자리 주택 등 대규모 아파트가 생겨 도농복합도시 형태를 띠는 지역적 특성이 있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동행 고·감·사 마을공동체(대표 김정숙)를 구성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김정숙 대표(61)를 만났다. 김 대표는 “내곡동새마을부녀회장으로 활동 중에 우리 마을이 시골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미니신도시로 변화되어가며 빈부의 차이 때문인 복지 사각지대와 기초생활 수급 노년층의 복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됐다”며 “홀로 외롭게 지내는 어르신들과 소통하며 사회관계망을 회복시켜 드리고 싶어 ‘아름다운 인연 만들기 내곡동 며느리가 떳다!’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침, 김 대표가 문화원에서 이미용 기술을 배우고 있던 시기여서 함께 수강 중인 수강생을 대상으로 봉사단을 구성해 어르신 이미용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일회성 행사로만 여기던 어르신들이 5년간 격월로 관내 18곳 경로당을 순회하며 이미용봉사를 펼치고 말벗이 되자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가족처럼, 친자식처럼 대해주신다고.
이미용봉사를 하는 날에는 경로당에서 급식봉사도 함께 이뤄진다. 사업비 절감을 위해 급식봉사 때 사용할 밑반찬 재료들은 텃밭 가꾸기를 통해 충당했다.
김정숙 대표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사업비 마련을 위해 관내 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며 후원받던 일을 꼽았다. 그녀는 “몇 년 전만 해도 기업의 후원문화가 낯설고 생소했기에 문전박대를 많이 당했다. 기업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내 지역 어르신을 위한 공헌활동을 통해 따뜻한 내곡동을 만든다는 사명감이 없었다면 못했을 일이다”라고 회상했다.
그녀는 마을공동체 활동에 대한 홍보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블로그와 SNS 등에 활동 계획과 사업을 알리고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한, 사업이 끝나고 나서는 관내 신문과 현대HCN방송에 내용을 보내 사업이 보도되도록 홍보하자 관내 기업들도 조금씩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
김 대표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머리를 손질해주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적중했고, 이미용봉사를 기다리는 어르신들도 늘어났다. 또, 봄·가을이면 어르신들과 나들이도 다녀오며 딸처럼, 며느리처럼, 부모·자식처럼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며 “이 사업은 어르신들의 자살·고독사 등을 예방하고 삶의 희망을 되찾는 심리치료 봉사이고 주민 간에 이웃에게 관심을 두고 관계를 회복하는 의미 깊은 활동이다”고 밝혔다.
손경찬(80) 어르신은 “혼자 살다 보니 사람이 찾아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김 대표가 꾸준히 방문하고 안부를 묻고 하는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열게 되더라. 지금은 고구마, 감, 고추, 상추, 두릅, 도라지 등 제가 지은 농작물을 이웃들과 나눠 먹기도 하고, 가끔 이렇게 영화 번개를 할 만큼 친하게 지내고 있다”며 “사람을 많이 만나 정보도 듣고, 사는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이 소중하고 즐겁다”며 웃었다.
아름다운 동행 고·감·사 마을공동체는 이미용 봉사와 나들이 활동 이외에 홀몸 어르신 생신상 차려드리기, 내곡동부녀회원들과 1:1 결연 맺기, 겨울철 김장 나누기, 밑반찬 나누기, 기금 마련을 위한 나눔 장터, 산타 며느리 활동 등 단위사업을 펼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실천했다.
김정숙 대표는 “내곡동부녀회와 아름다운 동행 고·감·사 마을공동체는 새 임원을 맞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며 “앞으로도 주민 스스로 자치의식과 함께 효 사상을 일깨우고, 이웃간에 서로 돕고 의지하는 밝은 사회 조성에 기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은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면 면역력이 강해지고 삶의 활력이 솟아나 행복한 마음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어르신들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고 나눔을 배우고 사랑을 배웠다. 결국, 봉사란 남을 위한 일이 아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나한테 주는 선물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안희선 기자 dream@saemau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