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 곳이 깨끗하면 사람들은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면? 쓰레기통을 찾던 사람도 쉽게 그곳에 버리게 된다. 쓰레기는 쓰레기를 부른다. 이는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깨진 유리창 이론의 사례다. 깨진 유리창, 즉 사소한 무질서를 내버려두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는 이론이다.
3년 전, 강원 원주시 중앙동 골목길도 꼭 그러했다. 처음에는 불법 주차가 문제였다. 좁은 골목길에 줄지은 불법 주차는 주민 분쟁을 일으켰다. 그 사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한 쓰레기는 급기야 이틀에 한 번씩 50리터나 되는 쓰레기봉투에 가득 찼다. 중앙동 협의회 지도자들이 꾸준히 청소를 해도 힘에 겨웠다.
불법 주차와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골목길도 바꾸고, 주민들의 마음도 움직이게 해야만 했다. 먼저 시와 시조, 그림 액자를 골목 담벼락에 거는 것부터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쓴 소박한 시였지만 지나던 걸음을 멈추고 읽어주는 등 시민의 반응이 좋았다.
이재선 협의회 부회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더 좋은 작품을 걸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캘리그라피 작가와 화가를 찾아 작품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꼬박 2달 걸려 작품을 전시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쉼터 조성에 나섰다. 낡은 벽을 철거하고, 팰릿(팔레트)과 항아리 등 더는 쓰지 않는 폐자재를 모았다. 자르고, 못질하고, 페인트를 칠해 손수 만든 의자와 탁자를 놓았다. 아늑한 분위기를 위해 그림을 그려 넣은 항아리로 주변을 장식했다.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골목길 풍경은 금세 달라졌다. “인근 편의점을 들른 주민들이 음식이나 커피를 들고 쉼터를 찾아왔어요. 잠시 다리도 쉬게 할 겸 여기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죠. 쓰레기는 꼭 여기다 버립니다. 보세요”라며 이재선 부회장이 쉼터에 마련된 쓰레기통을 열어 보였다.
불법 주차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쓰레기와 자동차가 들어선 막다른 골목길이 아닌 이웃끼리 어울려 살며 정이 오가는 열린 골목길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재선 부회장은 “행정복지센터 주변부터 원주시 전체로 쉼터를 늘려갈 생각입니다. 운행이 중단된 (구)원주역 뚝방에 갤러리도 만들 계획이니 다음에도 꼭 찾아주세요”라고 포부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