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의 바쁜 생활 방식과 오염된 환경에 지쳐서 농촌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세대에 상관없이 점점 많은 사람이 농촌으로 가고 있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귀농·귀어를 했다가 다시 도시로 역 귀농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새마을운동신문은 귀농귀어하여 성공한 사례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취미가 직업으로
강원 양양군 손양면 수산리 수산어촌체험마을 사무장 엄종희(41) 씨. 엄종희 사무장은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받는다. 투명카누, 요트 승선체험, 문어 빵, 해초 비누 만들기 체험 등 어촌체험마을에 대한 문의 전화가 대부분이다. 엄 사무장이 수산어촌체험마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4년 8월, 가정 사정으로 잠시 학교를 쉬고 있을 무렵, 지역신문에 난 사무장 모집공고에 응모해 합격하면서부터다.엄 사무장은 이를 운명이라 한다. 교육대학을 나왔고, 군인이던 남편을 따라 지방으로 가거나 육아 때문에 잠시 학교를 쉬었을 뿐, 13여 년간을 오로지 학교생활만 해왔었다. 강릉이 고향이지만 바다와 어촌, 어업인과 관련된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녀가 지금 수산어촌체험마을 사무장이 돼 ‘마을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강원 양양군 손양면 수산리에 있는 수산항은 동으로 뻗어 나온 남북 방파제가 포구를 아늑하게 감싸는 작은 포구다. 널찍한 물양장이 있는 항포구 북서쪽은 어선들이 정박하고, 남쪽은 60여 척의 요트가 계류할 수 있는 마리나 시설이 있어 관광어촌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수산항은 풍광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어촌체험을 할 수 있는 관광지로 손꼽는다.수산어촌계 어업인들은 문어통발, 자망, 자리그물 어업을 주 소득원으로 하고 있고 어선은 30여 척, 어촌계원은 38명이다. 2013년,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관광소득증대에도 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마을에는 투명카누 20척이 있고 배터리를 이용해 움직이는 물총 보트가 3척이 있다. 투명카누는 항포구 안쪽 자연 암반과 잇대어 체험장을 만들어 놓아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게 보트를 즐길 수 있어 인기다.
관광 활성화 위한 체험이벤트 개발
엄종희 사무장은 어촌계장을 보좌하며 어촌특성에 맞춘 체험이벤트 개발과 운영, 어촌체험활동 지도, 마을 홍보와 마케팅, 체험마을 홈페이지와 블로그 관리를 한다. 또 매달 결산업무와 회계 관리를 하고, 규모는 작지만, 관광객들이 숙박할 수 있는 팬션 2동과 99.2㎡에 달하는 편의점 관리업무도 담당하고 있다.수산어촌체험마을에서 체험객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끄는 문어 빵 만들기와 해초 비누만들기 체험은 엄 사무장이 개발한 품목. 엄씨가 사무장을 맡으면서 체험거리로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마을 특산물인 문어를 떠올리게 됐고, 문어를 주제로 생각해낸 것이 문어빵이다.문어 빵은 빵 틀에 계란을 섞어 만든 묽은 밀가루 반죽을 붓고 그 속에 문어와 대파, 튀김을 넣은 다음, 나머지 반죽으로 덮어 아래쪽이 익으면 꼬지를 돌려가며 둥글게 구워 내는 것. 구워진 빵은 접시에 담아 소스를 뿌리고 가다랑어 포 부시와 파래가루를 뿌려 먹는다. 자신이 만든 빵을 그 자리에서 바로 맛볼 수 있어 문어 빵 만들기는 어린이는 물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에게도 인기다.해초 비누 만들기도 엄 사무장이 애써 개발한 품목. 어업인들이 끌어올리는 걸그물 그물에 딸려 나오는 해초를 보고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해초가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에 착안해 개발한 것이 해초 비누 만들기 체험이다. 이 체험들은 체험마을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고 있지만, 다녀간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엄 사무장은 앞으로 해산물 피자와 미역 쿠키 만들기 체험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전국 어촌체험마을 전진대회에서 수산어촌체험마을이 2015년에는 장려상을, 2016년에는 금상을 받는 영광을안기도 했다.
일이 재미있으니 능률도 쑥쑥
권영환(55) 수산어촌계장은 엄 사무장이 15대 1의 경쟁력을 뚫고 수산어촌체험마을 사무장이 된 우수한 인재라며 자랑한다. 기대한만큼 어촌계 일도 똑 부러지게 하고,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서일 처리도 빠르고 또 정확하단다.8년째 어촌 계장직을 맡은 권 씨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바다자원 감소에 대비해 가리비와 멍게 양식사업 추진에 매진할 수 있는 것도 엄 사무장이 있기 때문이다. 엄 사무장의 업무구역은 사무실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본관 강의실을 비롯한 사무실 아래에 있는 편의점 단말기로 매일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고, 카누 체험장에서는 안전교육과 승선체험 방법 등을 일러주며, 배터리 등 소모품 관리도 직접 한다. 낚시 어선 관리와 필요하면 팬션에도 하루 몇 번을 오가야 한다.그래도 그는 이곳의 하루하루가 즐겁고 재밌다고. 자신이 하는 일에서 재미를 느끼면 일의 능률도 크게 오르는 법. 투명카누 타기와 요트승선, 낚시어선업, 어선승선 체험을 비롯한 문어 빵 만들기, 해초 비누 만들기 체험 등에 2016년 말 현재 총 1만 8천7백46명이 참여했고, 이 덕분에 4억여 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엄 사무장의 노력이 큰 몫을 한 것이다.
서울 양양고속도로 개통과 수산항
우리나라 동서를 잇는 서울 양양고속도로가 2017년 6월 30일에 개통됐다. 서울에서 양양까지 90분이면 갈 수 있게 된 것. 양양나들목에서 수산항까지는 15분 거리다. 이제많은 사람이 풍광이 아름답고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많은 수산항을 찾을 것으로보인다.권영환 수산어촌계장은 앞으로 수산항을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관련기관의 지원을 받아 아름다운 어항 정비 사업을 벌여 어촌관광 기반시설을 더 확충할 것이다. 또한 안전하고 재밌게 바다레포츠를 즐길 수 있게 할 것이다.항 내에 해수풀장을 만들어 파도가 높아도 바다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물속을 걸으며 감상할 수 있는 ‘씨워크’와 다이빙 체험이벤트의 도입, 새로운 카누 장비 구비 등이 그 일환이다. 더불어 바다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샤워장과 탈의장 시설도 마련할 예정이다.수산리 사람들은 권영환 어촌계장과 엄종희사무장을 수산어촌체험마을을 이끌어 가는 ‘환상의 콤비’라 부른다. 앞으로도 이들의 활동에 기대를 걸어 본다.
<자료제공 : 귀어귀촌종합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