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29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귀농어·귀촌인통계’에 따르면 귀농가구 1만 2천8백75가구(2만 5백50명), 귀촌가구 32만 2천5백8가구(47만 5천4백89명), 귀어가구는 9백29가구(1천3백38명)로 나타났다. 귀농어·귀촌인이 50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귀농·귀촌이 사회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새마을운동신문은 귀농귀어하여 성공한 사례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해조류 가공 전문업체 ‘청해영어조합법인’은 전남 진도군 군내면 둔전리의 한적한 시골에 있다. 진도의 관문 진도대교에서 불과 10분 거리. ‘영어조합법인’은 어업인이 협동적 어업경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수산물의 출하, 유통, 가공, 수출 등을 공동으로 하고자 설립된 단체다. ‘청해영어조합법인’은 진도 관내 어업인들이 생산하는 미역과 다시마를 대량으로 수집, 건조 가공해 판매한다. 청해영어조합법인의 대표 박동교(62) 씨는 2011년, 4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귀어인이다.
노후를 위해 다시 찾은 고향 땅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대기업 무역회사와 식품관련 회사에 20여 년을 근무했었고, 퇴직 후에 일식집, 편의점 등 자영업을 10여 년간 운영해왔다. 그 중 편의점 하나는 지금도 운영하고 있어 자금의 여유가 있는 편이다. 나이가 들면서 노후 생활은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고, 보람된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됐다는 박 대표는, 노후는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생활에 부담 없는 경제활동도 겸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 나는 대로 경기도 양평을 비롯한 제주도까지 다니며 콘도나 모텔 등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고향 땅 진도를 생각하게 됐고, 마침 완도해조류센터에서 소장을 맡은 친구로부터 고향에 와서 진도 특산물 미역과 다시마 가공업을 해보는 건 어떠냐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친구는 어업인들이 생산하는 미역과 다시마를 대량으로 수매해서 연중 가공 출하한다면 어업인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최신식 해조류 가공공장 시설고향 진도로 온 박 대표는 미역과 다시마, 전복양식을 하는 어업인 9명과 힘을 합해 ‘청해영어조합법인’을 설립하고 가공공장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땅 구입문제, 위치, 규모, 규모에 따른 설계에서 행정기관의 보조금 지원 관련 업무 등의 처리가 그리 쉽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2015년 9월, 군내면 둔전리에 대지 1만3천8백84㎡에 건평 1천6백52㎡ 규모의 가공공장을 짓기 시작해 2016년 3월에 완공했다. 해조류 세척, 자숙라인, 냉동 보관창고, 열풍건조시설, 건조가공품 보관창고 등으로 이루어진 청해영어조합법인 가공공장 시설에는 자기부담금 15억원과 관련기관 보조금을 합해 총 30억 원이 들어갔다.보다 나은 최신 시설, 위생적인 시설로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해 보겠다는 생각을 고집하다 보니 계획했을 때 보다 자금이 더 들어갔다. 해조류가공은 원초를 자숙한 후, 식혀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대부분의 가공공장들이 이 부분을 시멘트로 처리한다. 박 대표는 이를 인체에 무해한 대리석으로 설치하는 것으로 설계를 바꿨고, 30톤 들이 염장용 탱크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었다가, 용접부분이 녹스는 것을 보고 탱크 안쪽에 PE 재질을 덧붙여 개선했다. 그 외 냉동 냉장창고시설, 보관용 점보상자의 규격, 열풍건조 시설 등 가공과 관련된 각종 장비나 시설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았다. 공사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챙기며 진행한 것은 박 대표가 식품가공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미흡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냉동 창고는 5백28㎡ 규모로 최대 2천 톤 정도의 해조류를 저장할 수 있어 어업인들로부터 해조류를 대량으로 수매해 저장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안정된 어로활동과 일자리 창출효과어업인들이 생산한 미역이나 다시마가 가공 공장으로 옮겨지면, 끓는 물에 삶은 후, 대리석 홈통을 지나가면서 바닷물로 식히며 세척하는 과정을 거친다. 깨끗하게 세척한 미역은 염장탱크에 넣어 하루나 이틀쯤 염장 처리를 한다.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서다. 염장한 해조류는 5백kg 들이 보관용 점보박스에 넣어 냉동창고에 보관한다.지난해에는 2억 원 상당의 원초 1천 톤을 수매, 자숙 처리해 현재 냉동 공장에 보관했다. 이 원초는 주문량에 따라 하루 평균 2~6톤 정도 가공처리 한다. 냉동 창고에 저장된 원초를 가져다 세척기에 투입, 정수된 바닷물로 깨끗이 세척해 염분을 제거하고 줄기와 잎을 분리한다. 이를 다시 자른 다시마, 자른 미역, 각 미역 등으로 나눠 건조 가공한다. 출하는 서울 중부시장 도매상이나 식자재 공급업체를 통해서 한다. 대부분 대형포장으로 나가지만 최근에 선물용 소포장 제품도 개발, 판매하고 있다.박 대표는 “가공공장 운영으로 재산 증식을 할 생각은 없다. 가공공장이 어업인의 생산 활동에 도움을 주고, 공장 직원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늘 함께 일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라며 노후에 고향에 와서 고향 사람들을 도우며 전원 생활하듯 공장운영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다시마 양식법 개발박 대표는 2015년부터 새로운 방법의 다시마 양식에도 투자하고 있다. 진도는 미역, 다시마 양식을 위한 천혜의 조건을 가진 곳이다. 하지만 기존의 다시마는 기후에 따라 다시마에 뻘이 묻어 상품성이 떨어지고 식용이 불가한 경우가 많았다. 해조류연구센터의 기술지원으로 새로운 다시마 양식법을 개발, 2년째 시험 양식 중에 있다.기존의 다시마 양식은 포자가 부착된 다시마종사를 수하연에 감아 그대로 수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개량된 방식은 모판에서 모를 옮겨 심듯 다시마 종묘 하나하나를 특별히 짜인 종사줄에 꽂아서 개체별로 양식하는 기법이다. 이 방법은 다시마가 탄소동화작용을 충분히 할 수 있게 하고 침지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양식한 다시마는 크기가 월등히 크고 영양성분, 맛, 형태가 기존 다시마와는 다르다. 미네랄 함량이 수배에서 수백 배가 높고, 잎의 두께가 두꺼울 뿐 아니라 맛을 내는 글루타민 산은 30%가 높다. 또 단위 면적당 수확량도 5배 이상 많다.이렇게 기른 다시마의 우량종자를 골라 이를 모조로 양식함으로써 품질개선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이 다시마가 대량생산이 된다면 다시마 양식에 획기적인 기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마 시험양식은 아름다운 낙조로 유명한 진도군 지산면 세방리 마을 앞바다에서 하고 있다. 이곳은 진도연안 중에서도 청정해역으로 오염이 없고 다시마 양식에 적합한 입지를 가지고 있어 질 좋은 다시마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부담 없는 투자로 노후 대책 마련
박 대표는 가공공장의 운영은 노후대책으로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라 주장한다. 가공공장이 관내 어업인을 위할 것이고, 지역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귀어귀촌 형태가 있겠지만, 자금의 여유가 있다면 재산증식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노후에 자연과 더불어 어촌생활을 즐기며 활동하는 방법으로 귀어귀촌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에서는 60살이 넘어가면 취직하기가 쉽지 않다. 취직을 했다 해도 직장에서는 이런저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어촌에서는 남의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큰돈을 번다는 것이 아니라 소일거리 삼아 움직이면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 한다.그는 “많은 사람이 바다는 거칠고 다루기 어려운 곳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바다는 육지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곳이다. 많은 사람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바다와 어촌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료제공:귀어귀촌종합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