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들이 뭉쳤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다양한 역량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 의견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2016년에 만들어져 벌써 4년째 활동 중이며, 기후변화 문제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음은 김민 빅웨이브 대표와 나눈 서면인터뷰 전문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큰 물결을 만들다 미래세대 아닌 사회 주요당사자 생명살림운동의 방향과 실천 반가워1. 기후변화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환경감수성을 자극했던 경험들이 조금씩 쌓여서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2002 월드컵 스페인전 경기를 친구들과 동네 청소년수련관에서 보고 나오는 길이었어요. 작은 개울을 따라서 친구들이랑 집에 가고 있는데 한 친구가 개울에 내려가서 쓰러진 새끼오리 한 마리를 구해온 거에요. 손 위에서 작은 생명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게 어딘가 아파보였어요. 그 길로 친구들과 동네 동물병원을 찾아다녔어요. 하필 스페인전 승리에 취한 분위기로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고, 문을 닫은 동물병원이 많았어요. 겨우 3번째 찾아간 곳은 열려있어 마침내 진료를 받을 수 있었죠. 그러나 수의사 선생님은 이미 죽은 목숨과 다름없다고 말씀해주셨고 그것이 큰 충격이었어요. 평형 기관이 중요한 조류는 두 발로 서지 못하면 죽은 것과 다름없다구요. 그 개울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와 더러운 물로 가득했어요. 인간이 유발한 환경오염 때문에 죄없는 어린 생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봤던 경험, 그 덕문에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대학생 4학년 때 중국 사막으로 나무심기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어요. 봄철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의 약 40%가 쿠부치 사막이라는 곳에서 오는데요.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하는 대외활동이라 단체에 애착이 컸었어요. 어느 날은 사막 기지에서 하룻밤을 보내야했는데 침구류가 부족해서 단원들 7~8명과 같이 인근 마을을 돌아다녔어요. 사막 근처라 10가구 남짓한 집들이 드문드문 있었는데 3번째 집이었나? 집에 들어가니 노부부가 반갑게 맞아주며 손을 꼬옥 잡아줬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고맙다’는 말과 함께 10년 간 봉사활동으로 한국 사람들이 나무를 심어준 덕분에 다시 사람들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동안 광활하고 황량한 사막에 내가 나무 몇 그루 심는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하는 회의감과 의구심이 들었거든요. 환경 봉사활동으로 도와주려고 왔는데 오히려 제가 더 큰 교훈을 얻어간 것이죠.
2. 대표로서 ‘빅웨이브’를 소개한다면? 본인의 조직운영 철학도 같이 말씀해주세요.
기후변화청년모임 BigWave는 기후변화와 자신의 다양한 사회적 관심사를 연결하여 논하고 행하는 청년 네트워크에요. 기후변화 현상은 직간접적으로 사회의 모든 현상과 연결되어 있는데요. 기후변화를 공부하거나 관심있는 청년들은 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행동하고 싶어해요. 그런 의미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일종의 정치적/사회적 참여 활동이죠. 다양한 청년참여 활동을 경험한 사람들과 함께 이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떤게 필요할까 고민했어요. 그리고 여러 경험을 통해 귀납적으로 얻은 결론, 즉 해결책이 빅웨이브라는 단체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수평적이고 느슨한 관계를 맺으며 자연스럽게 기후변화에 대해 최근 동향과 소식을 공유하면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시작이에요. 그 다음 개인이 갖고 있는 사회적인 관심분야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인식하기 위해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활동이 중요하고요. 마지막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실제 기여하기 위해 정치적/사회적으로 행동하는 것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겠죠.
궁극적으로 청년들이 기후변화 담론에 있어서 현재 사회의 주요 당사자가 되어 기후변화로부터 위협받는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어요. 이를 위해 뿔뿔이 흩어져서 관심만 있는 사람들, 행동하길 주저하는 사람들을 의지하고 연대감/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는 것이에요. 한 종류의 나무만 있는 숲이 아니라, 키가 큰 나무, 작은 나무, 그 밑에 핀 꽃, 꽃에 앉아있는 벌과 나비, 숲을 뛰어다니는 여러 동물들.. 머릿 속에 이상적으로 그리는 건강한 숲의 모습처럼 청년들이 직접 기후변화 대응을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활동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빅웨이브의 비전입니다.
처음에 빅웨이브를 만들면서 각자가 겪었던 경험들이 소중한 자산이자 타산지석이 되었어요. 다들 대학생 동아리, 서포터즈, 기자단 뿐만 아니라, NGO나 공공기관 인턴 등 소위 말하는 대외활동/스펙 경험이 다들 많았는데요. 공통적으로 느꼈던 문제의식은 두 가지였어요. 첫 번째는 내가 갖고 있는 청년의 이미지가 단순히 소비되는 것, 두 번째는 기수제나 일회성으로 진행되는 것인데요.어린아이, 청소년, 심지어 대학생을 보는 우리나라 기성사회의 시선은 ‘기특하다’가 전부인 거 같아요. ‘너희가 우리나라의 미래다’라고 말하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미래는 너네가 주인이지만, 지금은 우리 꺼야’라고 말하는 거 같아요.초기 기획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채 정해진 프로그램, 짜여진 캠페인에 동원되지 않고, 1년 2년씩 의무적으로 활동에 보통 참여하는 방식인데요. 그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나아가다보니 빅웨이브만의 철학이 생긴 거 같아요. 핵심가치가 자발적 참여, 공유와 확산, 그리고 수평적 네트워크 인데요. 나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서 얼마나 참여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고 있구요. 누구나 자신의 관심분야와 사회적인 이슈를 공유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러한 방향을 추구하기 위해 학연/지연/혈연 등 고질적인 우리사회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야 가능해요. 그래서 빅웨이브 멤버들은 서로 오랫동안 알고 있어도 나이나 출신학교, 고향 이런걸 굳이 물어보지 않아요. 불필요한 위계질서가 없으니 다양한 관심사가 공존할 수 있고 누구의 의견이든 존중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 진 거라고 생각해요
3. 다른 환경관련 단체와 다른 점이나 특징이 있다면? 현재 활동하는 회원들의 특성과 총 인원 등도 말씀해주세요.
기성사회의 패러다임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싶어요. 기후운동이라고 해서 NGO 활동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각자의 사회적인 관심사를 살려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할 수 있는 플랫폼 형태를 구현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각자 학업이나 직장생활이 있더라도 이와 병행하여 활동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전업 기후활동가가 아니라 자신만의 부캐를 만드는 것?!이죠.
빅웨이브는 네트워크 멤버, 활동 멤버, 플래너 멤버, 이렇게 3가지 멤버십 참여유형으로 구분되는데요. 네트워크 멤버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분들이고, 활동 멤버는 직접 오프라인에서 참여하시는 분들이세요. 플래너 멤버는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멤버입니다. 20~30대는 변화가 가장 많은 나이대이기도 해요.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수도권으로 상경하고, 교환학생으로 해외 생활을 하기도 하구요. 알바, 인턴 등 취업준비를 하면서 불확실한 미래와 싸우며 암울한 시기를 겪기도 하구요. 그렇기 때문에 의무적인 활동기간을 두게 되면 반드시 참여해야한다는 부담감과 부채감 때문에 오래 못가서 결국 활동을 포기하더라구요. 심지어 환경에 대해 가졌던 관심을 버리거나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마음가짐도 흔들리는 것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스스로 참여유형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스스로 질 수 있게 멤버십 구조를 만들게 된 것이에요.
청소년, 대학생, 대학원생, 취준생, 사회초년생 등 주로 20~30대 분들이 많이 참여하고 계시고, 현재는 438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무려 120명이 활동 멤버 분들이에요.
4. 회원들은 직업 활동가가 아니고 본업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회원 모임과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하시는지?
주로 온라인 메신저로 소통을 많이 해요. 올해 초부터 코로나가 발생하고 지금까지도 계속 심각한 상황이라 가능하면 화상회의로 서로 만나려고 하구요. 그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 멤버모임 말고도 1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회의나 내부 스터디 같은 자리가 꾸준히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다들 본래 생활이 있다보니까 거의 대부분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보는 것 같아요. 저야 빅웨이브 활동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지만, 집에서 쉬고 싶은 시간을 쪼개가면서 꾸준히 참여하시는 분들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최근 들어서 외부에서 여러 가지 요청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좀 더 효율적인 소통과 논의를 위해 직장에서 많이 쓰는 업무 협업툴을 도입하기도 했어요.
5. 홈페이지에 여러 활동과 프로젝트들이 소개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빅웨이브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 또는 빅웨이브를 대표하는 활동을 하나 뽑으라면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에너지내일로를 꼽고 싶어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현재의 에너지 다소비 구조,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분산형 재생에너지 구조로 경제사회 시스템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인데요. 태양광, 풍력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현장에 가본 경험은 다들 많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우리 직접 한번 가보자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거죠. 여행을 가기 전에 스터디를 같이 하면서 계획을 같이 짜는 건 생각만 해도 너무 설레는 거 같아요.
정부, 지자체, 지방의회, 기업, 기관, 그리고 현장의 지역주민까지 여러 이해관계자를 만나고 그들의 입장을 들어보니 문제가 일어나는 전체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현장탐방 기록을 르포기사로 가공하여 기고도 했구요. 자원활동이긴 하지만 프로젝트를 하려면 펀딩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후원도 직접 발품팔아 따내기도 했구요.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재생에너지의 현장에서 기후변화 문제의 답을 찾았고, 스스로 주도하고 기획하는 활동을 통해 빅웨이브의 방향성을 찾았죠.
6. 개인적인 활동 목표와 조직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의 활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점 등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빅웨이브는 청년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대응의 물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단순히 젊은 청년의 이미지를 소비해버리거나 캠페인을 한답시고 오히려 자원을 낭비하는 식의 활동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문제 해결의 본질에 집중하는 활동을 만들고자 합니다. 다양한 사회적 관심사를 가진 청년들이 이곳에 들어와 다채로운 활동에 참여하고 직접 기획함으로써, 기후운동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이는 제가 빅웨이브에 참여하면서 이루고 싶은 이상향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멤버들의 활동 생애주기를 알아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어떤 것을 보고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빅웨이브에서 어떻게 인식과 생각이 깊어지는지, 이것이 개인의 진로탐색과 직접적인 기후행동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면 어떨까 상상해보곤 합니다. 측정할 수 없다면 평가할 수 없다는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빅웨이브의 활동이 창출하는 사회환경적인 가치를 가시적으로 확인한다면, 청년들의 사회적 참여 활동과 기후위기 대응 활동도 새롭게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7. 청년세대로서 기성세대를 포함한 다른 세대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기후변화에 관해서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현재의 기후위기에 대한 많은 책임은 기성세대에 있습니다. 산업발전을 하면서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해왔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기후재난으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사회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기후위기 문제와 결합하여 이를 해결하기 너무 힘듭니다. 가뜩이나 대학 입시 경쟁과 취업난 속에서 앞가림도 못하고 있는데, 기후위기를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맞닥뜨리면 현재 사회를 만든 기성세대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 장마, 태풍 등 미래세대가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피해가 두려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청년들도 있습니다. 미래에 태어날 자식을 기후재난으로부터 보호할 능력도 없고 평생 미안함을 안고 살기 싫어서요. 기성세대와 현재의 청년세대 모두 현재 사회를 살고 있는 사회구성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기성세대 분들에게는 국가 산업발전이라는 시대적인 소명이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청소년, 청년세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기후위기 대응입니다. 청년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해하신다면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권한과 책임을 나눠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기후위기 대응의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8. 코로나19와 폭염, 폭우, 태풍 등의 기후변화가 무관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습니다. 청년세대로서 코로나19 이후 우리사회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최근 한국판 뉴딜에 그린뉴딜 계획이 포함되어 그린뉴딜 관련 주식들이 일제히 올랐다고 합니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금방 이슈가 사그라드는 것 같더라구요. 코로나19로 모든 사회 시스템이 바뀌었고, 사람들의 생활 양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근본적인 전환을 회피하는 것 같습니다.작년 오카시오 코르테즈의 그린뉴딜 결의안이 이목을 끈 것에는 오랜기간 불합리한 사회시스템을 겪어오며 이를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담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이후의 기후위기 대응도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50년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발전 100% 등 급진적으로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주류가 되고 있습니다. 소수의 의견이더라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유연한 자세, 그것이 코로나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9. 새마을운동은 기후위기와 이로 인한 생명위기 극복을 위한 생명살림운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1건·2식·3감 운동으로, 1건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2식 나무와 양삼(케나프)을 심으며, 3감 에너지, 비닐과 플라스틱, 수입육고기 30%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실천 방법과 내용은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가진 새마을운동 전국 회원들에게 응원 한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개인의 성찰적인 실천에서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사회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실천운동을 삼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기술적인 발전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내가 사는 지역과 우리 마을에서 시작하는 풀뿌리 운동 정신이 더욱 확산되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빅웨이브도 새마을운동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