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일 : 먼저 올해 50주년을 맞은 새마을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보겠습니다. 지난 역사를 정리하고 조명해보는 시간을 통해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생명살림국민운동으로 어떻게 승화시켜 나갈 지 모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성헌 : 공식적으로는 1970년 4월 22일 박정희 대통령이 한해(旱害, 가뭄 피해)대책지방장관회의에서 새마을 가꾸기를 제창하셨습니다. 전쟁 이후 1960년대 농촌 부흥을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새마을운동 은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제창된 것입니다. 1970~80 년대 국민의 주된 목표인 잘 살아보겠다는 보편적 욕구가 당시 정권과 잘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새마을운동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1989년 이후에는 정부보조금 없이 순수한 봉사단체가 됐지요. 17년 간은 잘 살아보세 운동으로 정부와 함께했고, 그 이후는 대중적인 봉사단체로서 스스로 탈바꿈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큰 나라가 됐지만, 사람이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됐습니다. 또 서로 싸웁니다. 이 시대 이 사회의 절실한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 운동입니다. 그래서 제가 취임한 2018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생명 평화공경운동으로 나아가게 된 것입니다. 윤종일 : 정성헌 회장님이 오신 이후 새마을운동의 근간이 바뀌고 있습니다. 새마을정신인 근면·자조·협동이 생명·평화·공경의 가치로 확대, 대전환하는 과정에 놓여 있습니다. 1차 3개년 대전환의 배경과 진행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정성헌 : 예전에는 잘 살기 위해 근면·자조·협동을 하는 것이 맞았습니다. 열심히 스스로 함께 일해서 잘 살아 보자는 것이죠. 이것이 목표이자 새마을정신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열심히 일하다 보니 생명이 견뎌낼 수 없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생명, 평화, 공경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서로 이해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1백10일 동안 새마을지도자들을 만났습니다. 이미 생명과 평화, 공경에 대한 강한 내재적 욕구가 있었고, 회의, 간담회, 교육과정을 통해 약 70% 정도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과거 새마을정신이었던 근면·자조·협동은 이제 생명·평화·공경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자세입니다. 윤종일 :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또 변화의 필요성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정 회장님께서는 새마을운동 50주년 기념사에서 생명살림국민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시 하셨습니다. 중앙회 조직 내부의 전개 방향과 실천 방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정성헌 : 오는 25일 생명살림국민운동 선포대회를 열 예정입니다. 앞으로 3년 동안 국민 5백만 명을 만나 생명살림국민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한 경제학자가 정상화되는 데 2년이 걸린다고 했는데 정상화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코로나19 이후 인간사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진짜 의미는 생명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반성과 변화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바로 잡으려면 국민 스스로 깨우쳐 국민운동으로 시작해야 가능합니다. 기미독립운동 때 국민의 10% 인 2백만 명이 만세운동을 했습니다. 현재 국민의 10%인 5백만 명이 동참하면 세상이 바뀔 겁니다. 우리 스스로 바뀌면 정부와 기업이 바뀌게 됩니다. 온 마음, 온몸으로 정성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윤종일 : 풀뿌리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생활운동으로 다져나가 하나의 모범사례가 되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 국민과 함께하는 것을 지향하는 그런 운동이 되겠군요. 온 마음 온몸 운동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정성헌 : 구체적으로 운동은 목표가 분명하고 단순해야 합니다. 바로 1·2·3운동을 말합니다. 여기서 1은 1건, 즉 유기농태양광발전소를 세우는 겁니다. 2식은 두 가지를 심는 데 바로 나무와 양삼(케나프)을 심어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것이지요. 3감은 화석연료, 플라스틱·비닐, 수입고기 세 가지를 30% 줄이는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이 운동을 직접 시작할 것입니다. 윤종일 : 유기농 태양광발전운동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해주시죠. 정성헌 : 법과 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제약이 많아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화석연료 대안으로 태양광발전을 해야 한다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유기농인가? 지금의 농사방식으로는 온실 가스가 많이 배출되고, 미세먼지 2차 결합이 발생합니다. 유기농법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미세먼지 2차 결합을 막아야 합니다. 전국에서 유기농과 태양광발전이 결합한 방식을 실시하면 됩니다. 하루빨리 법과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윤종일 :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추진하는 생명살림운동이 범국민운동으로 자리 잡으려면 홍보와 연대 그리고 경청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정성헌 : 전면적인 생명파괴로 인한 어려움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로 생명살림운동을 해야 하고, 많이 해야 하니까 국민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잊기 마련이죠. 그래서 홍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코로나 이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갈등과 대결이었습니다. 경청을 잘해야 문제를 풀 수 있고, 연대가 가능합니다. 운동을 잘하려면 성찰을 잘해야 하고,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침 경청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이에 동의하고 도와주신 분이 바로 월정사 정념 스님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님입니다. 종교는 자기를 들여다보고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역할을 하고, 언론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잘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 두 분이 경청운동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생명살림운동에서 종교와 언론의 역할은 백 번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저희는 심부름꾼일 뿐이죠. 생명살림운 동을 5백만 국민운동으로 전개할 때 종교가 주체적으로 앞장서고, 언론이 이를 넓게 펼쳐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청이라는 중요한 수단과 자세를 가지고 연대로 이어질 때까지 종교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윤종일 : 중앙회 건물에 들어서니 모든 전등이 꺼져 있더군요. 아끼고 절약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성헌 : 전등을 끄지 않는 것이 아니라 켜지 않는 것입니다. 그저 버릇일 뿐이고, 버릇이 되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앞서 말씀드린 3감 운동에 화석에너지 30% 줄이기가 있습니다. 제가 모든 교육과 교재에 애용하는 글귀가 하나 있습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관심을 두게 되고, 관심을 두는 만큼 아끼게 되고, 아끼는 만큼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는 만큼 변화한다. 교육이나 강연에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제가 드리는 말씀입니다. 아끼는 것은 사랑하는 것입니다. 풍요는 사랑하지 않고, 하나의 수단으로 쓰고 버리는 것이죠. 아끼는 것이 물질적인 절약이나 절제의 측면도 있지만, 사랑한다는 것의 구체적인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은 아끼면서 시작됩니다. 전등 하나 끄기. 아주 작지만 근사한 운동입니다. 그런데서 희망의 싹이 많이 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