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딘 스테어라는 미국의 시인이 있습니다. 85세가 되던 해에 시를 썼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시는 많 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 었습니다. 특히 스티브 잡 스가 인생을 바꿨다고 찬 사를 보낸 ‘Be Here Now’ 의 저자이자 명상가인 람 다스가 ‘항상 지니고 다니는 글’로 알려 져 있지요. 시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로 시작합니 다. 그러면서 이번 인생보다는 더 우둔해 지고,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 며, “더 자주 여행하고 더 자주 석양을 바 라보리라”라고 했습니다. 우리네 평범한 인생과는 사뭇 다른 생 각이지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이 루려 발버둥치고,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 여유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 억척을 떨지요. 저도 지금까 지의 삶을 되돌아보면 ‘배려’와 ‘역지사 지’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만족스럽게 실 천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러한 삶의 태도 와 생각은 나이가 들면서 바뀌기 시작했 습니다. 사람에게 실망해 마음이 아플 때도 자 주 있지만,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선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그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익과 손해,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은 대립적인 감 정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지요. 마음을 조금 비운다면 세상에 그렇게 억울할 것 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너의 이익’과 ‘나의 이 익’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고 얘기했습니 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결국 자신에 대 한 배려라고 생각한 것이 지요. 좀 불리해지거나 서 운한 생각이 들더라도 크 게 씁쓸해하거나 충격 받 을 필요는 없습니다. ‘나’ 는 ‘그들’과 별개로 존재 할 수 없습니다. 나를 자제하는 것이 그 들의 이익이라면,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곧 나의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고통과 이익을 구성원이 함께 나누는 것이 공동체 의식입니다. 새마을운동은 출범부터 지금까지 공동체운동이 주된 활동이지요. 공직생활을 마치고 이러한 공동체운동을 통한 ‘사회적자본’을 축적 해 나가는 일에 참여하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삶이란 잃기도 하고 얻기도 한다고 생 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음을 비운 상 태지요. 이렇게 욕심을 버리면 조금 허전 할지 모르지만 그 속은 보람으로 채워집 니다. 우리가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때 자신이 투자한 펀드의 가치가 얼마일까 를 따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만약 내가 그렇게 했더라면’하는 아쉬움과 ‘내 가 항상 하고 싶어 했던 일을 하고 살았 더라면’이라는 후회가 있겠지요. 나딘 스테어의 시도 이렇게 마무리합 니다. “나는 지금까지 여행할 때 체온계 와 보온병, 레인 코트, 우산이 없으면 어 디도 갈 수 없는 사람이었으나,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한결 간소한 차림으로 여행길에 나서리라” 나딘 스테어가 시의 첫머리에 ‘더 많은 실수’라고 한 것은‘욕심을 추구하지 않는 삶’의 다른 표현이었을 것입니다. 우리, 이익보다는 손해를 감수하는 ‘실수’를 범 하며 살아보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