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새해 첫 날 첫 행보를 공군지휘통제기인 ‘피스아이’에 탑승해 2시간여 초계비행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피스아이는 공중감시, 조기경보, 지휘통제 임무를 수행하는 한국 공군의 핵심전력이다. 새해 첫 일정으로 초계비행을 통해 한반도 대비태세를 살핀 것은 ‘강한 안보 없이는 평화도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국군통수권자가 피스아이에 탑승한 것은 최초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1월 초 5년 만에 개최된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핵전쟁 억제력과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주된 과제로 제시했다. 1만5천km를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로케트(ICBM), 핵잠수함, 극초음속 무기, 초대형 핵탄두 생산, 전술 핵무기, 무인정찰기 개발 등이 언급되었다. 한국 정부가 제안한 방역 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과 같은 문제들은 비본질적 사안이라고 일축하고, 군사적 적대행위, 첨단 군사장비의 도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 중지 등을 요구했다.
남북의 지도자 모두 평화를 염원하는 민족구성원들의 기대를 거스르는 실망스런 모습이다.
한국 사회의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2021년 1월 한 달 내내 이북의 8차 당대회와 이어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결과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응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을 개진했다. 여전한 남과 북의 불신과 긴장,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에 따른 새로운 미·중 관계 형성 및 세계 질서 구축, 여기에 더해진 코로나19 사태는 방정식의 해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남북은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른 시기에 관계 회복을 위한 전기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선택지를 강요하는 현실 사회 특히 국제정치에서 작은 집단이나 개인들의 이해와 요구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정의롭지 않은 현실에 대한 작은 문제 제기와 개인의 각성에서부터 변화는 잉태되고, 결국 거대한 파도가 되어 대전환과 개벽을 낳는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와 생명의 가치가 충만한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우리의 실천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남의 탓, 조건을 핑계 삼기 전에 내가,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것이다.
우선 남북은 선후를 따질 것 없이 당장 군사력 증강과 군비경쟁을 멈춰야 한다. 이것은 코로나19와 국제사회의 제재로 파탄에 처한 민중들, 인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결정적 조치다. 2021년 국방비는 전체 예산대비 이남은 9.5%, 이북은 16%를 차지하는 막대한 규모다.
그리고 우리가 속해 있는 한국 사회에서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는 것이다.
이북의 신문과 방송을 개방하고, 이북에 대한 여행 제한을 해제하고, 서신 및 물자 교환, 송금 등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 현재 이남에서 살고 있지만 다양한 이유(비전향 장기수, 기획 탈북 및 불법 억류 등)로 이북의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자 원하는 사람들은 돌려보내야 한다.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시대를 주도할 사람과 제도와 기구를 준비해야 한다. 핵심은 교육이다. 입으로는 항상 잘려진 허리의 반쪽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이북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가르치고 연구하는 국공립대의 학부 하나가 없다. 중등교과과정에서 이북을 다루는 부분이 대폭 축소되었으나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현 정권 하에서도 바뀐 것은 역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