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중앙회 이사로 선임되고서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으로부터 제1차 ‘생명살림운동 지도자과정’의 강의 요청을 받았다.
고심 끝에 주제를 ‘21세기 새마을지도자의 시대적 소명’으로 정하고, ‘개그콘서트’처럼 가볍게 웃으며 생각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강의했다.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보다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린다. 먼저 ‘세계 속의 한국’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은 세계의 0.7%, 107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민총생산(GDP)은 세계의 2%, 12위에 해당하고, 무역 규모는 세계의 3%, 7위 수준이다. 막연히 아는 것보다 훨씬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다.
1961년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 되던 우리나라가 60년 만에 이룩한 이러한 성과를 두고 외국인들은 ‘한강의 기적’이라 일컫는다.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빈부 격차, 도시와 농촌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등은 개선해야 할 과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자살이다. 2019년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6.9명으로 매일 38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꼴이다. 2003년 이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1945년 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돼 1948년 건국됐다. 하지만, 1950년에 전쟁이 발발해서 3년이나 이어지는 바람에 신생국가는 폐허가 되고 말았다. 1961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지 12년 만인 1973년에야 세계은행이 정한 빈곤 기준인 ‘하루 1달러 국민소득(연간 365달러)’을 달성해(407달러) ‘하루 세끼’ 밥 먹는 문제를 해결했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 ‘근면, 자조, 협동’의 기치 아래 시작됐다. 지독하게 가난하던 이 나라를 3대 정신으로 힘을 모아 발전시켰던 운동이다. 물질적으로만 잘 살자는 운동이 아니고 정신 개조 운동이기도 하다.
21세기 특징을 잠시 살펴보자. 첫째 오래 살게 된 점이다. 1960년 52세이던 평균수명이 2020년에 83세가 되었다. 60년 만에 31세가 늘어난 셈이다. 둘째 저출산이다. 1960년 평균 6명을 낳던 출산율은 2020년 1명 이하로 떨어져 세계 최하위다. 인구가 감소하지 않으려면 여성 한 명이 자녀 2명은 낳아야 한다. 이를 ‘대체출산율’이라고 한다. 이론상 우리나라는 인구가 줄어들어야 맞는데 감소하지 않는 이유는 평균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어르신들의 노후 문제가 심각해졌다. 예전에는 나이 들면 자식들이 부모를 돌보는 이른바 ‘자식 보험’이 유효했다. 하지만, 하나나 둘 뿐인 자식이 90세까지 사는 부모를 부양하기엔 역부족이다. 본인의 노후는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는 시대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효도, 우애, 배려, 협력, 염치’같은 인간의 ‘기본 소양’을 소홀히 한 점도 한 몫을 더했다.
가장 안타까운 세대는 지금의 어르신들이다. 자식 뒷바라지에 열중하느라 정작 본인의 노후 준비는 안 됐는데, 결과적으로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돼 버렸다. 우스갯소리로 이 세대를 ‘샌드위치 세대’ 혹은 ‘말초 세대’라고 부른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뜻이다. 남의 이야기인 줄 알고 웃고 있다가 돌아보니 자기 신세가 아닌가?
‘21세기 새마을지도자의 시대적 소명’은 무엇일까? 거창한 구호보다 소박하면서 실천 가능한 한 가지를 호소했다. ‘새마을운동’을 ‘새마음운동’으로 승화시켜 배려, 협력, 염치 같은 인간의 기본 소양을 회복하자고.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 어르신들께 관심을 두자고. 그렇게 함으로써 ‘생명살림운동 지도자’답게 어르신 자살률도 줄여 보자고. 나 한 사람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겠느냐고 묻는 분께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를 들려 드리는 것으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