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운동 중의 하나다. 모든 사회운동이 그렇듯이 조직의 구성과 운영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조직은 특정한 사회적 공간에서 공통의 가치와 유사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으로 공동체성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그 근본은 서로 굳게 믿고 의지하는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신뢰는 상대의 협력을 만들어 공동의 이익을 키우게 만들기 때문이다. 조직운영에서 중시해야 할 신뢰 유형은 어떤 것일까?
첫 번째 신뢰 유형은 계산적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다. 보상받을 이익을 고려해 믿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축의금을 주고받는 관계다. 내가 도움 준 양보다 더 많은 양을 돌려주는 상대에 대해서는 덕이 깊은 사람으로 존중하지만, 지원한 것에 대해 보답이 없거나 작은 양을 돌려받게 되면 의리가 없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두 번째 유형은 지식적 신뢰다. 배신 행동을 하는 상대에게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서 그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신뢰 관계를 지키는 유형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같다. 퇴근해서 피곤한데 아이가 울고 보채서 자신을 피곤하게 해도 부모들은 아이들을 방치하지 않는다. 울고 보채는 이유를 찾아서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애착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유형이다.
세 번째 유형은 정체성을 중시하는 유형이다.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라는 믿음에 기초해 가치와 비전을 공유함을 중시한다. 좋은 사람끼리의 관계망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것을 중시한다. 우리가 남이 아니라는 의식을 강하게 갖는다.
한국인들에게 선호하는 유형을 물으면 정체성의 신뢰를 좋아하고 계산적 신뢰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계산적인 사람에겐 정이 가지 않고 ‘우리는 같은 사람’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을 선호한다.
조직 운영 과정에서는 어떨까? 지나치게 정체성의 신뢰를 중시하는 경우 조직 내부 구성원끼리의 연줄망은 강화시키지만, 외부에 대해서는 폐쇄적이기 쉽다. 심지어 같은 구성원끼리의 사소한 의견 차이도 용납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우리는 같은 사람인데 다른 의견을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집단을 배신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고 배척하기 일쑤다. 원래 가까운 사람이 밉기 때문이다.
계산적 신뢰를 가볍게 여기는 조직은 어떨까? 희생하고 헌신한 활동에 대해 존중하고 감사하는 것을 경시하면 조직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 적절한 활동에 적절한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상호협력의 기본 관계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일상을 지배하는 계산적 신뢰를 멀리하고 정체성의 신뢰만을 강조하면 신뢰 관계의 확산, 지속 가능한 조직운영이 어려워진다.
조직의 리더가 중시해야 할 신뢰 유형은 지식적 신뢰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구성원이 문제를 일으킬 때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서 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신뢰 관계를 지속시키는 조직이 최고의 조직이다. 구성원의 역량을 키워주는 조직이 되어야 조직 바깥으로부터도 신망을 받고 협력을 얻을 수 있다. 구성원 누구나 부족한 것이 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할 힘을 채워주는 조직이 좋은 조직이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 등에서 목표의 달성이나 방향에 따라 이끌어 가는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지도자들은 늘 결정을 하고 그 책임을 지게 된다.
공동체 활동의 리더이자 새마을운동가인 우리에게 필요한 신뢰는 무엇일까? 계산적 신뢰, 지식적 신뢰, 정체성의 신뢰가 균형 있게 발전하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이럴 때 이웃과 지역사회에 필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조직을 만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