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돔·열섬현상 예방…기후취약계층 대피소 역할지난 20일 기상청은 7월 초 시작된 장마가 사실상 종료됐으며 이후 ‘열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고하고, 2018년 최고 폭염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였다.
열돔 현상이 원인이었던 2018년 우리나라의 폭염일수는 31일, 열대야는 16.8일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하는 요즘, 2018년의 더위가 닥친다면 체감 더위는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살인적인 더위도 바로 열돔 현상이 원인이다.
캐나다 서부에서는 719명이 돌연사했고,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7월 1일까지 1792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바다생물도 떼죽음을 당해 수산업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폭염은 기후변화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금처럼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2100년까지 매년 이와 같은 폭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에서도 폭염이 코로나19 다음으로 세계적인 대규모 사망 원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폭염이 인명 피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세계 식량문제를 야기하고, 도로 아스팔트와 공항의 활주로를 녹아내리게 하거나 차량, 비행기 엔진고장으로 대형 교통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다.
열돔현상? 열섬현상?
열돔현상은 지상 약 6㎞ 높이의 대기권 중상층에 고기압이 정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고기압에서 내려오는 뜨거운 공기가 지면에서 데워진 공기의 상승을 막으면서 열기가 쌓여 마치 뜨거운 반구형 지붕에 갇힌 효과가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열돔현상의 원인을 온실가스 배출, 즉 지구온난화에서 찾고 있다.
열섬현상은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 자동차 통행으로 인한 열, 빌딩에서 내뿜는 각종 열 등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열로 인해 도시 중심부의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섬처럼 높아지는 현상이다. 숲이나 공원 등 녹지보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구조물은 쉽게 뜨거워진다.
도심은 공장이나 빌딩, 수많은 자동차 등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주변의 다른 지역보다 2~5도가량 높은 온도를 형성한다. 이때 기온이 같은 지점을 선으로 연결해보면 기온 분포도가 섬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열섬이라고 이름이 붙게 됐다. 열섬현상은 1년 내내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여름철에는 특히 기온이 오르면서 야간에도 발생한다.
빌딩숲에서 도시숲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가장 손쉬운 실천 방법은 바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것이다. 또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여름철 폭염에 대한 우려 속에 부작용 없는 자연 해결사인 도시숲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도시화로 전체 인구의 약 90%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나 생활권 주변에서 누릴 수 있는 도시숲은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시민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7년 말 전국 평균 10.07㎡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9㎡는 초과했으나, 서울과 광역시 평균이 7.1㎡로 파리(13㎡), 뉴욕(23㎡), 런던(27㎡) 등과 비교해 다른 도시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생활권 도시숲이란 도시민이 이용함에 있어 별도의 시간 및 비용에 대한 부담이 낮고, 실생활에서 쉽게 접근·활용할 수 있는 밀착형 도시림으로, 가로수 등 도로변 녹지, 하천변 녹지, 국·공유지 녹화지, 학교 숲, 담장녹화지 등이 해당된다. 또한, 소공원, 어린이공원, 근린공원, 주제공원(묘지공원 제외), 유원지, 녹지 등도 포함된다.
도시숲을 조성하면 휴식공간은 물론 도시 미세먼지 저감, 기후조절까지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 취약계층의 복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기후변화 취약계층이란 기온이 급격히 오르거나 낮아지고,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는 등 기후변화 영향에 쉽게 노출되고 대비가 취약한 계층을 말한다.
국제기구 탄소공개프로젝트보고서는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인구계층을 노인으로 꼽았으며, 그다음 저소득가구, 표준 이하 주택 거주자, 어린이와 청소년, 만성질환자, 장애인, 소외그룹, 여성, 실업자, 원주민 순으로 분석했다.
도시숲은 기후변화의 위기로 폭염이 예상되는 요즘 기온을 낮추고 이들에게 ‘대피소’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도시숲은 여름 한낮의 평균 기온을 3~7도 완화시키고, 습도는 9~23% 상승시키는 등 친자연적인 기후조절 기능으로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해준다.
버즘나무(플라타너스)는 1일 평균 잎 1㎡당 664㎉의 대기열을 흡수하는데, 이는 하루에 15평형 에어컨 8대를 5시간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숫자로 보는 숲의 가치
221조 우리나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온실가스 흡수·저장, 수원함량, 경관, 휴양 등 공익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것. 1인당 금액으로 치면 연간 428만 원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1조 673억 원 미국 뉴욕주립대 환경과학임업대학과 이탈리아 나폴리 파르테노페대 연구진(이하 공동 연구진)은 10개 주요 국가의 도시숲을 19% 늘리면 사회적 편익은 85%가량 증가해 총 1조 673억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홍수방지 1100만 달러, 난방 및 냉방에너지 저감 50만 달러,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저감이 800만 달러 등으로 계산됐다.
44g 침엽수가 연간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양. 이는 공기청정기를 4889시간 돌리는 것과 같다. 참고로 활엽수 흡수량은 22g이다.
5179억900만 원 공동 연구진에 따르면 세계 주요 도시숲 조성의 사회적 편익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등 대기 중의 오염물질을 줄이는 기능으로 약 4억8200만 달러(약 5179억900만 원)편익을 제공하게 된다.
9.1kg 나무 한 그루가 연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 이는 승용차가 56.17㎞ 주행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
5만1000원 나무 한 그루가 온도조절을 해 연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가치.
5420리터 나무 한 그루가 연간 빗물을 흡수하는 양. 이는 6만5000원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118kg 나무 한 그루가 연간 생산하는 산소의 양.
35만258원 영국에서 추산한 도시 나무 한 그루당 가치. 공기정화, 빗물 저장, 온도 하강 등을 경제적 가치로 환원한 것.
이현주 기자 hjlee@saemau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