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올려다본 밤하늘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보석 같은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옥상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있자면 “저 광활한 우주의 끝 은 어디일까. 끝이 있다면 그 너머에는 또 뭐가 있을까” 등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뇌리를 스쳐 지나가곤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었다. 상상의 날개를 펴고, 우주를 날아다니는 꿈을 꾼적도 있다. 잊지 있던 그때의 그 생각을 소환한 중대한 행사가 얼마전에 있었다. 지난 21일 국내 첫 독자 발사체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가 우주기술 자립의 꿈과 국민적 염원을 안고, 우주로 날아오른 것이다. 누리호가 땅을 박차고 힘차게 창공을 향해 발사되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누리호는 위성체 궤도 진입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3단 엔진이 조기 연소하지 않았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게다. 그럼에도 처음 발사된 누리호 가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만 해도 ‘완전 성공’에 못지않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10여 년 전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직접 취재할 기회가 있었던 필자에겐 연구기지에 고립된 채, 주말과 휴일도 반납하고 연구에 땀과 열정을 쏟던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직원들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물론 언론의 평가도 인색하지 않았다. “절반 이상의 성 공” “값진 실패” 등 아낌없는 칭찬과 함께 내년 5월로 예정된 2차 발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누리호는 ‘우주까지 세상을 개척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누리호 발사를 통해 우리는 자국 기술로 1톤 이상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7대 우주 강국에 바짝 다가섰다. 누리호가 남긴 미완의 과제를 완성 하려면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이른바 우주 강국도 여러번 실패를 거듭한 끝에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발사 체를 확보할 수 있었다. 우주는 우리에겐 아직 미지의 신대륙이다. 그 신대륙을 향해 이제 막 항구에서 닻을 올린 배나 다름없다. 다가오는 우주시대를 후 발주자인 한국이 우주 강국들의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국민이 모두 우주 산업과 우주 기술에 대한 보다 명확한 철학과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우주 관련 기술은 그 자체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디지털 세상에선 사람과 사물, 공간 의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다. 연결이 곧 힘이자 권력이며, 새로운 산업의 기반이 되는 세상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 가치와 새로운 서비스 산업이 창출된다. 새 로운 지식 영역으로서의 우주 기술도 마찬가 지다. 우주 개발은 연결의 범위를 지상을 넘어 우주까지 확장시킨다. 지식의 연결 범위가 우주로 확장될 뿐만 아니라 더욱 정밀한 데이터 수집도 가능하다. 지상에서의 연결을 통해 글로벌 강자로 성장한 구글, 아마존, 테슬라가 연결의 범위를 우주로 확장하려는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내년이면 우리나라가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린지 20년 되는 해이다. 짧다면 짧은 기간에 위성과 탑재체, 자력 발사체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실패를 통해 축적한 기술이 우주 개발의 밑거름이 될게 분명하다. 독자적인 우주 발사체 개발은 경제적, 지식산업적 측면 외에도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기술로 언제든지 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주개발 경쟁에서 당당하게 우리 몫을 주장할 수 있게 된 것 이다. 대한민국 우주 시대의 꿈이 무르익어간다. 반도체 등 다른 산업에서도 그러했듯이 앞선 ICT 기술과 축적된 우주항공기술을 융합한 다면, 지금은 우리가 ‘추적자’ 위치에 있지만 언젠가는 우주 시대를 주도하는 ‘선도자’가 될 것으로 믿는다. 가능성의 한계를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주 조금씩 불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인생처럼 매일 정복하는 사람만이 자유를 얻는다”고 했듯이 우주에 대한 우리의 도전을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