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말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IMF의 상 임이사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김앤장’ 에서 모시고 일하는 현홍주 대사님의 권유로 ‘정동제일교회’에 등록하게 됐다. 정동교회는 1885년 4월 이 땅에 파송된 최초의 개신교 선 교사 ‘아펜젤러’가 같은 해 10월 성찬식을 거 행함으로써 출범한 한국 최초의 개신교 교회 다. 또한 1886년 5월 최초의 개신교 여선교사 인 ‘스크랜턴’ 여사가 여성 교육을 시작해 이 화여자대학교의 모태가 된 곳이기도 하다. 정동교회의 교인이 된 후에는 영어예배 담 당인 이세형 목사님과 인연을 맺고 몇 가지 사역을 함께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필자가 이사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스크랜턴여성리 더십센터’와 정동교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여름영어성경학교(Vacation English Bible School)’다. 미국에서 원어민 대학생 봉사자 들을 모집해 시골 어린이들에게 성경교육, 영어교육, 영성과 생활교육 등을 하는 프로 그램이다. 마지막 날엔 의례 정동교회 송기 성 담임목사님의 격려 말씀을 듣곤 했다. 한편 송 목사님께서는 지난 4월 정년퇴임 을 하셨다. 그동안의 협조에 감사하는 마음 으로 식사라도 대접하려고 마련한 자리에서 발생한 뜻밖의 해프닝 덕분에 ‘위기는 또 하 나의 기회(Crisis is another opportunity!)’ 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됐다. 사실은 당초 송 목사님과의 오찬 약속을 불 가피한 사정으로 하루 앞당기게 된 것이 화 근이었다. 사전에 송 목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동의도 받아 놓았었다. 그날 오찬에는 영어예 배를 담당하는 이세형 목사님과 스크랜턴여 성리더십센터의 김혜선 사무총장님도 함께 초청해서 4인이 함께 하는 오찬 약속이 됐다. 약속 날 정오에 세 사람은 음식점에 도착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주인공인 송 목 사님만 오시지 않는 것이었다. 어디쯤 오고 계신지 확인하려고 전화를 드렸더니 ‘아뿔사!’ 약속 날짜를 다음날로 착각하고 댁에 계시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그 순간 송 목사님께서 과감한 결정을 내 리셨다. 댁에서 곧 바로 출발할 테니 우리끼 리 먼저 식사를 하고 있으라는 말씀이셨다. 인천 청라에서 약속 장소인 광화문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1시간은 족히 걸릴 텐데도. 그 바람에 우리 셋은 어찌 보면 1시간 정 도의 여유 시간을 얻게 된 셈이다. 그 순간 나는 이세형 목사님께 무료하게 기다리기보 다는 영어 예배에 대해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 덕분에 세 사람은 코로나19 때문에 엄두도 못내던 영어 예배 교역자 10명의 ‘리 트리트(수련회)’ 계획을 재점검하게 되었다. 논의 끝에 평소에 잘 아는 ‘유리트리트’라는 펜션에 연락해서 1박 2일 동안의 ‘영어 예배 교역자 수련회’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논의를 막 끝낸 시점에 송 목사님께서 도 착해서 퇴임 축하 오찬은 예정대로 차질 없 이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송 목사님으로부 터 유학시절의 경험담을 들었다. 영어 실력 이 아직 미흡한 상태로 유학을 가서 불안한 가운데 유명한 상담심리학자인 ‘하워드 클 라인벨’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때 생긴 일이 었다고 한다. 클라인벨 교수님은 영어에 능 숙하지 못한 당시 송기성 학생을 격려라도 하듯이 칠판에 한자로 위기(危機)라고 쓰신 후 그 밑에 영어로 ‘Crisis is another op-portunity!’라는 문장을 쓰셨다는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든 살면서 위기를 경 험한다. 그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 라 기회로 만들 수도 있고 수렁에 빠질 수 도 있다. 약속을 착각하는 일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런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송 목사님의 지혜로운 위기 대처 덕분에 네 사람 모두 상쾌하고 생산적 인 오찬 미팅을 마칠 수 있었다. 개인도 그렇지만 1970년 출범한 새마을운 동 또한 지난 50년간 수 많은 위기를 겪으며 발전해 왔다. 앞으로도 그런 위기가 없으란 법이 없다. 그럴 때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삼는 일은 우리 새마을 회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