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량 원조를 받던 수혜국가에서 제공국가로 지위가 바뀐 유일한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1월 식량원조협약(Food Assistance Convention)에 가입하였으며, 작년부터 국제연합(UN)산하 세계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me)을 통해 매년 5만 톤의 쌀을 기아로 고통받고 있는 나라에 원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에도 예멘,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등 중동 및 아프리카 4개국 원조를 위해 이달 5월 2일 울산항을 시작으로 6일 군산항, 20일 목포항 등 3개 항구에서 우리 쌀을 선적한 배가 출항하였다. 쌀 5만 톤은 기아인구 약 100만 명에게 반년 간 식량구호가 가능한 규모이다. 식량원조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인도주의를 실천하고 국격(國格) 제고에도 기여하는 매우 뜻깊은 일이다. 최근 정부의 대북식량지원 방침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그러나 식량원조국가의 지위를 얻은 우리나라의 형편과 북한 주민에 대한 동포애나 인도주의 정신을 고려하면 찬반논란 자체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여러 언론매체가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 5월 3일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분과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북한은 2008년 이래 가장 심각한 식량 부족을 겪고 있으며, 즉각적이고 적절한 인도주의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 북한은 인구의 40%인 1천10만 명이 긴급 식량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1백36만 톤의 식량지원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올 1월부터 1인당 식량배급량도 3백80g에서 3백g으로 줄여서 지급하고 있으며, 생후 6개월에서 23개월 미만 어린이 중 3분의 1이 하루 최소한의 식사만 공급받고 있으며 그 결과 어린이 5명 중 1명이 만성적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발육부진이 우려된다고 한다.반면에 우리나라는 막대한 양의 곡물을 비롯한 농수축산물의 수입과 식생활의 변화 등으로 쌀 소비량이 매년 감소하여 해마다 쌀 재고 과잉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유사시를 대비하여 매년 34만 톤의 쌀을 공공비축물량으로 매입하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쌀값 안정을 위해서도 2015년과 2016년, 2017년 최근 3년간 총 1백2만 7천 톤의 쌀을 시장격리 목적으로 매입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말 현재 131만 톤의 쌀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FAO의 권장재고량 70~80만 톤의 두 배 가까이에 이르는 양이다. 이렇게 많은 양의 쌀 재고를 보유하게 됨에 따라 보관관리비용으로만 년간 6천억 원 가량이 소요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70만 톤의 쌀을 사료용으로 처분하였고 올해도 40만 톤을 사료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세계인구의 10억 명 가까이 기아로 고통받는 현실과 함께 동족의 고통을 생각하면 참으로 억지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고려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1860년대 국제적십자사가 창설된 이래 국제적인 원칙이자 상식이다. 따라서 인도적 지원은 전시에도 해야 하며, 필요한 곳이면 시기나 조건에 관계없이 또한 아무런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해야 한다. 이에 정부의 대북식량지원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영농기계와 자재의 지원 등 농업분야의 다양한 개발협력 사업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주도의 지원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의 지원활동도 활발하게 재개되어야 한다. 나아가 식량지원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과 어린이들의 영양상태 개선과 질병관리를 위한 보건, 의료, 영양 분야 등에 대한 대북지원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5월 14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7대 종단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등이 북한 동포들을 위한 긴급 식량지원을 호소하고 나선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다. 쌀은 정치나 이념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평화다. 한자(漢字) 평화(平和)는 ‘평평할 평, 벼화, 입구’ 자로 구성되어 있다. 즉 ‘먹을거리를 고르게 나누어 먹는 것’이 평화라는 뜻을 담는 것이다. 때마침 새마을운동중앙회도 ‘평화의 나무심기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평화나눔운동’에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