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한반도에 평화시대가 오고 있는가? 아직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불안한 구석이 많다. 결정적으로는 압도적 힘의 우위를 견지하는 미·일 동맹이 북한이라는 나라를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성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은 안 돼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평화시대는 반드시 와야 하고, 우리는 그 평화시대를 만들어 내야 한다.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DMZ와 접경지역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심지어 땅값도 들썩이고 있다. 남북관계에서 훈풍이 불면 자주 보던 모습이다.그런데 이 시점에서 DMZ와 접경지역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평화시대가 도래했을 때 과연 우리는 DMZ와 접경지역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DMZ와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논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1972년 당시 유엔군 대표였던 로저스 소장이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를 주장한 이후 국제환경기구들의 생태공원화 논의, 평화 시 건설, 통일경제특구, 평화생태안보관광벨트 주장에 이르기까지 정권마다 다양한 논의를 펼쳐왔다.그러나 진행된 것은 개성과 금강산을 잇는 철도와 도로망 연결뿐이었다. 가장 결정적 이유는 DMZ를 관할하는 한 주체인 북한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DMZ에의 접근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제안하는 사업의 이름에는 DMZ를 명시했지만 실제로는 접경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었다. 대부분 사업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고려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진행하였고, 다분히 경쟁적으로 차별성 없는 사업들을 선언적·과시적 용도로 활용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각종 개발제한과 이중 삼중의 환경적·군사적 규제 때문인 접경지역의 피해는 막심하다. 평화시대를 맞이하는 주민들의 규제 완화와 개발에 대한 기대와 욕구도 매우 크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DMZ와 접경지역에 가치가 높아진 것은 60년이 넘도록 각종 규제에 묶이고,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난개발, 생명의 파괴와 훼손이 중심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 DMZ와 접경지역의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높이면서, 이의 활용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귀결되도록 하는 지혜로운 정책이 필요하다.DMZ는 필수 불가결한 사안과 공간을 제외하고는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한다. 민북지역은 생물자원의 조사, 연구, 복원, 증식 그리고 생태관광 목적 외에는 철저히 보전해야 한다. 주민들이 사는 접경지역은 생명에 이롭고 평화에 도움이 되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자본과 탐욕에 의해 DMZ와 접경지역이 무너질 때 우리의 미래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