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랭엄이라는 하버드대 교수가 있습니다. 이분은 1987년부터 우리 새마을운동의 시범사업국가 중 하나인 우간다에서 야생 침팬지를 연구해 왔지요. 그 무렵 몇몇 학자들과 함께 하버드대학에 ‘인간진화생물학과’라는 좀 특이한 이름의 학과를 만들었고, 그 후 계속 전쟁과 살인 등 인간 폭력성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를 해 왔습니다. 최근에도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 답하는 저서를 출판해 화제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도대체 인간은 어떻게 진화해 왔기 때문에 한없이 사악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관대한 걸까? 라는 질문으로부터 그의 연구는 시작됩니다. 인간의 폭력과 이타주의, 전쟁과 협력, 사형과 도덕 등의 역설적 현상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그의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인간을 괴롭히는 강한 야만성에 맞서는 사회적 관용과 통제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지요.
랭엄 교수뿐만 아니라 수많은 선각자나 학자들이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했지요. 우리가 잘 아는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로 시작하여, 유럽에서도 루소는 인간의 선한 잠재력을 믿었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유명한 토마스 홉스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었지만, 맹자나 순자, 또는 루소나 홉스의 이러한 이분법적 분류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랭엄 교수가 말한 것처럼 사악함과 관대함이라는 인간 본성의 양면성이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신(神)적인 위대함이 있는 반면, 광기와 잔인함도 공존하고, 속됨과 거룩함도 공존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산도르 마라이라는 작가의 산문집에 적절히 표현돼 있지요.
그에 의하면 “신적인 것을 가슴에 품고 있지만 방 안에 혼자 있으면 코를 후빈다. (중략) 세상만사를 이해하고 슬기롭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때는 공자처럼 행세하지만, 신문에 오른 참석인사의 명단에 내 이름이 빠져 있으면 울분을 참지 못한다. (중략) 이성의 보다 고귀한 힘을 믿으면서도 공허한 잡담을 늘어놓는 아둔한 모임에 휩쓸려 내 인생의 저녁 시간의 대부분을 보냈다”고 쓰고 있습니다.
인간은 이렇게 속되고 거룩함의 양면성을 가졌기 때문에 미궁 속을 헤매는 것이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죽기 전 가족들과 나눈 대화가 많이 회자되고 있지요. 그는 죽기 몇 시간 전 아내와 아이들을 차례로 바라보며 “오, 와우(Oh Wow)! 오, 와우! 오, 와우!”라고 했다지요. 굳이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감탄사가 그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비극보다는 희극이, 슬픔보다는 기쁨이, 통속보다는 고귀함이, 그리고 오, 와우라는 감탄사가 인생을 이어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생의 또는 인간의 양면성을 인정하면서, 우리 새마을 가족들에게 농담 한마디 하겠습니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 즐겁습니다. 그런데 과음을 하면 건강을 해치지요. 술을 많이 마실수록 즐거우면서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