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는 60년 만의 황금돼지해라고 한다. 오행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등 다섯이다. 오행에서 ‘기(己)’는 흙의 기운을 나타내고, 색깔은 노랑이라고 한다. 기해년을 황금돼지해라고 규정하는 이유다. 황금돼지띠를 이유로 출산이 늘었던 2007년 정해년(丁亥年)은 엄밀하게 말하면 붉은 돼지띠라는 해석도 곁들여진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기분 좋은 출발은 과정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새해 벽두에 마음가짐을 좋게 다잡는다는데 붉은 돼지면 어떻고 황금 돼지면 어떠랴. 한국조폐공사의 ‘기해년 입체형 황금 돼지 금메달’과 골드바, 우정사업본부의 아기돼지 모습 기념우표, 기업들의 다양한 황금 돼지 마케팅도 출발 분위기의 상서로움을 높이자는 취지일 것이다. 숫자는 종종 마술을 부린다. 같은 사건임에도 발생 몇 주년인가에 따라 각별한 의미가 부여된다. 우수리 없이 떨어지는 10, 50, 100이 그렇다. 1919년 기미년에 있었던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4월 11일)은 기해년 새해에 100주년을 맞는다. 10주년도 아니고 50주년도 아닌 100주년. 장대(張大)하고 유구(悠久)하며 도도(滔滔)하게 이어져 왔고, 그래서 앞으로도 계승(繼承)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불러일으킨다. 100주년 기념식 추진을 전담하는 조직이 결성되고, 벌써 다양한 행사가 예고되고 있다. 독립과 자주, 민족자존도 다시 조명받으며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가져다줄 것이다. 새해를 황금 돼지해로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안의 모든 나의 몫이다. 나를 알아야 실패가 없는 법. 취업포털 인쿠르트와 설문조사 업체인 두잇서베이가 12월 초 성인남녀 2천9백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내년의 내가 반면 교사할 만하다. 직장인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다사다망(多事多忙)을, 구직자들은 말라 죽은 나무와 불이 꺼진 재의 뜻을 둔 고목사회(枯木死灰)를, 자영업자들은 갖은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다는 노이무공(勞而無功)을 골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44개 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게 내년도 경영 전망을 물었더니 응답자 절반이 ‘긴축’이라고 답했다. 작년 조사 결과는 ‘현상 유지’였다.내 주변도 간단치만은 않다. 미국과 북한, 트럼프와 김정은의 대화는 불확실성이 완전하게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이 헤게모니 다툼으로 번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달러 자금이 쏟아져 나가 외환시장에 큰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외환위기 10년 주기설’도 나온다. 이 모두 주변 열강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들이다. 나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복지도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구조조정이라는 시련도 언뜻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복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재정트릴레마(3중고, 3가지 딜레마)로 손발은 더욱 묶이는 양상이다. 높은 복지 수준, 낮은 조세부담률, 낮은 국가 채무 비율은 동시 만족이 불가능하다. 셋 가운데 둘을 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건강을 잃기 전에 필요한 상처와 환부를 치료하면 된다. 정부가 내놓은 새해 경제정책방향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우선 정책과제는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가 꼽혔다. 경제에 활력이 넘쳐나면 일자리·임금·복지 문제의 상당 부분도 해소된다. 기존과는 다른 기술과 산업을 육성하면서 납품업체를 많이 두는 제조업 간판스타들을 살리면 경제 성장은 뒤따르기 마련이다. 강력한 국제 경쟁력을 가진 유럽과 미주국가들의 글로벌 기업들이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시간과 노력을 감안하면 조급증은 위험하다. 기해년의 돼지 색깔은 내 하기 나름이다. 패배주의 무기력감 귀차니즘은 떨쳐내야 한다. 간절함이야말로 성패를 결정짓는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