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보신각에서 해마다 열리던 ‘제야의 종’ 타종식이 사라졌다. 타종식이 처음 시작된 게 1953년이니 67년 만에 처음 생긴 일이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이례적인 현상 중 하나다. 어디 사라진 게 타종 행사뿐일까.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이 사라진 일상을 대신해 자리 잡은 게 사실이다. 재택근무, 온라인 비대면 회의, 이메일 소통, ’홈밥·홈술’ 등 예상 못 한 미래가 성큼 우리 속으로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이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코로나19 확진자가 몇 명이나 늘었는지 확인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길거리로 나서는 게 자연스런 하루 일과가 됐다. ‘정상’과 ‘비정상’이 뒤죽박죽 돼 익숙했던 일상은 파괴되고, 새로운 일상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2020년 연말의 풍경이다.코로나 사태의 충격이 1929년 미국 대공황 당시와 비견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국제 질서, 국가와 기업 전략 및 모든 사회계층의 삶을 비틀어놓았다. 기존 정치·경제·사회·문화·환경 그리고 법과 제도의 모든 영역이 추풍낙엽처럼 뒤흔들렸다. 더욱 심각하게 봐야 할 부분은 인간관계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다. 즉 인간관계의 단절과 파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코로나 때문에 인간관계 다 망쳤어요”, “코로나로 왕따 될 지경”과 같은 호소 글이 많이 올라온다고 한다. 내용을 보면 코로나 사태로 인간관계가 나빠졌다는 하소연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0명 중 4명이 코로나 때문에 인간관계가 많이 멀어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인간관계를 더욱 고립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인간은 작고 외로운 섬과 같다. 그래서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누구나 다른 사람과 정서적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기쁜 일에는 함께 기뻐해 주고, 괴로울 때는 하소연을 들어주고 위로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서로 신뢰하고, 사랑과 애정을 주고받을 때 행복을 느낀다. 건전한 자아 개념을 형성하는 데도 바람직한 인간관계가 꼭 필요하다. 자신을 중심으로 부모, 형제, 동료, 교사 등이 나를 어떻게 대하고 존중하고 사랑해주느냐에 따라 정체의식과 자아 개념이 만들어진다.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타인과의 관계 설정이 필수적이다. 자아 형성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이 어렵게 되고, 단체 생활에 적응하기도 어렵다. 지적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주위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능력 발현에도 한계가 생기게 마련이다.고독과 소외감은 자아를 파괴한다. 장기화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을 만나지 못하다 보니 피로감이 누적되고, 심리적 고립감이 커진 상태다.직장인들은 재택근무 때문에 인맥 형성에도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보면 무기력·우울 단계인 ‘코로나 블루(corona blue)’에 이어 짜증·분노 단계인 ‘코로나 레드(corona red)’를 넘어섰다. 제3차 대 유행기에 접어들고 나선 절망 단계인 ‘코로나 블랙(corona black)’이란 말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에 미래를 저당 잡힌 청년계층의 삶이 위태롭다. 코로나 여파로 학업, 취업, 결혼, 인간관계 등이 평범한 일상이 모두 파괴되고 단절됐기 때문이다. 기업 채용이 없어 취직도 못 하고, 그러다 보니 결혼은 꿈도 못 꿀 처지다. 불안감과 스스로에 대한 무능감, 사회에 대한 적개심이 곧 임계치를 넘어설 판이다.온 사회가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어루만져야 한다. 코로나라는 공동의 위기상황을 이겨내는 데에는 새로운 대인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나를 비롯한 우리가 모두 같은 배를 탔다는 동류의식이다.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돼야 한다. 단절과 파괴를 넘어 연대와 소통의 동력을 일으켜야 한다. 이는 일찍이 ‘내가 아닌 우리, 국민행복 실현’을 구호로 내걸고 공동체운동을 추진해온 새마을운동의 정신과도 맥이 닿아 있다. 언제가 될진 알 수 없으나 코로나를 이겨낼 즈음 중앙회의 새로운 시대 운동으로 적극적으로 추천하고자 한다.